경찰 위치추적권 부여 목소리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6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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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서희 양(가명·12)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중 사라졌다. 김 양의 부모는 딸이 납치됐다고 생각했다. 김 양이 사라지기 전에 낯선 남자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김 양의 부모는 112로 전화해 경찰에 실종신고했다. 경찰은 지역 일대에서 김 양의 행방을 찾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김 양은 찜질방에서 발견됐다. 김 양은 "엄마가 나를 자꾸 구속해 가출했다"고 밝혔다.

부산 여중생 사건 이후 경찰 내부에서 "실종 발생 시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경찰에게 휴대전화 위치추적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아이가 실종된 것 같아 112에 신고를 해도 경찰은 당사자의 휴대전화로 위치를 찾을 수 없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류(위치정보법) 제3조에 따르면 급박한 위험 시 당사자나 배우자, 2촌 이내 친족만이 긴급구조기관에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긴급구조기관에 경찰은 빠져있다. 소방방재청·해양경찰청에게만 휴대전화 위치추적권이 부여된다.

이 때문에 경찰은 112로 실종, 납치 신고를 받으면 일대에 인력을 투입해 일일이 뒤지는 방식으로 수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실종자의 위치 정보가 필요한 경우 부모 등을 설득해 소방서에 위치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초기대응이 늦다는 것이 경찰의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 측에게 의뢰하고 조율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밝혔다. 2007년 서울 홍대 인근에서 20대 여성 2명이 택시 승차 후 납치되자 휴대전화로 112 신고를 했지만 1초 만에 끊어졌고 이후 숨진 채 발견된 일도 있다.

경찰청은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위치정보법을 담당하는 국회 문방위 소속 여야의원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 중이다. 위치정보법 제3조의 '긴급구조기관'에 경찰을 포함시키고 '급박한 위험'에 범죄위험을 넣는 개정안이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의 위치추적권 부여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아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 등은 경찰에게 위치추적권을 주면 개인 사생활 침해 등 오남용 우려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휴대폰에 위급상황 긴급구조 버튼을 부착하고 경찰에 사전에 등록하면 그걸 토대로 위치추적이 가능하게 끔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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