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등하교,으슥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통과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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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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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우경희 부소장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임혜경 소장

《최근 아동성범죄 사건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혹시 내 아이에게도?’라는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안모 씨(40·여·서울 서초구 서초동)도 마찬가지. DIY(손수 만들기) 강사인 그는 외부 강의를 나가 딸의 곁을 지킬 수 없는 날엔 하루 종일 공황상태에 빠진다. 자녀는 하루 중 언제, 어떤 상황에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을까? 또 그런 상황을 사전에 피할 방법은 없을까? 안 씨와 딸 유모 양(10)의 일상 속에서 자녀들이 언제, 어떻게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효과적인 예방법을 알아보자.》

학교가는길, 공사장-폐허등 위험장소 없는지 체크
엘리베이터 앞 낯선사람 있을땐 관리원과 함께 타야
수상한 사람이 먼저 탄 뒤 “함께 타자” 하면 반드시 거절
집에 혼자 있을땐 누가 방문해도 아예 ‘아무도 없는 척’


[등굣길] 유 양이 학교에 가기 위해 어머니와 집을 나선 시간은 오전 7시 45분.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지만, 안 씨는 편의를 위해 차를 이용한다.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5분. 안 씨는 유 양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후 집으로 돌아간다.

안 씨 모녀의 등굣길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가장 조심해야 할 장소다. 범죄자가 숨어서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 또 인적이 별로 없고 지상과 차단돼 있어 위험한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해도 소용이 없다.

학교가 가깝다면 가급적 도보로 가는 것이 좋다. 아이가 매일 지하주차장을 통해 차로 등교하는 습관에 젖으면, 혼자 걸어서 등교할 때도 지하주차장을 통해 걸어 나가는 ‘엉뚱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와 함께 걸을 땐 △집에서 학교까지 정확히 몇 분이 걸리는지 △폐쇄회로(CC)TV가 있는지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피신할 곳이 있는지 △공사장이나 폐허, 공중화장실 같은 위험한 장소는 없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후 자녀에게 위험장소의 위치와 함께 CCTV나 경찰서, 주민센터가 있는 장소를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언제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학교까지 운행하는 버스노선번호 △등·하교 시 대중교통을 통해 걸리는 시간 △지하철역 출입구 개수와 위치 같은 이동경로에 따른 정보를 꼼꼼히 파악해 둔다.

[아무도 없는 집안] 유 양은 학교수업을 마치고 친구 3명과 함께 학교를 나섰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 있는 집에 도착한 뒤 강의를 나간 어머니에게 ‘집 도착’이란 확인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혼자 집에 있게 된 유 양은 같은 영어학원에 다니는 친구와 국어 쓰기숙제를 하기로 한다. 5분 후, 친구가 집에 도착했다. 뒤이어 3시 반경 안 씨가 집에 돌아와 딸이 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을 확인한다.

엘리베이터처럼 밀폐된 공간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도망갈 수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어 위험한 상황이 벌어져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부분.

부모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자녀에게 적절한 대처방법을 알려준다. 우선 출입구에 들어서기 전 출입구 앞을 기웃거리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아파트 관리실에 도움을 요청해 아파트 관리원과 함께 타거나, 얼굴을 아는 이웃이 출입구에 들어설 때까지 기다린다.

수상한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먼저 탄 뒤 웃으며 손짓하며 “괜찮아. 함께 타자”고 하면 아이가 얼떨결에 함께 타기도 한다. 이땐 “괜찮습니다. 저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부드럽게 거절하도록 지도한다. 만약 낯선 사람과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다면, 층수 버튼을 절대로 먼저 누르지 말고 함께 탄 사람이 버튼을 누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누르도록 이른다.

집 안은 안전한 장소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아동성범죄는 우발적인 경우보단 계획적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대를 파악한 뒤 택배직원 등으로 위장해 침입하는 경우도 있다. 친구가 놀러올 때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자녀가 방심하고 친구에게 문을 열어주는 순간을 틈타 집 안으로 침입하는 것. 아이가 혼자 있을 때는 누군가가 방문해도 아예 집 안에 아무도 없는 척하라고 지도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가 아무리 판단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아이는 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낯선 이와 말을 섞는 순간부터 문을 열어줄 확률은 높아진다.

[학원 셔틀버스] 학원 수업을 마친 유 양은 집에 가기 위해 학원 셔틀버스에 올라탄다. 학원에서 셔틀버스가 출발했다는 문자를 받은 어머니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마중 나와 있다. 안 씨와 유 양은 다이어트를 위해 함께 아파트 놀이터에서 줄넘기 60개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은 늦은 오후인 경우가 많으므로 등교 때보다 자녀 안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자녀가 학원에 도착하고 집으로 출발할 때 문자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학원이 자체 운영한다면 반드시 신청한다. 만약 운영하지 않더라도 강사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 놓는 것이 좋다. 자녀 스스로도 셔틀버스를 타고 내릴 때마다 문자나 전화로 집으로 연락하도록 지도해 이동상황을 부모가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위험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걷기, 뛰기, 줄넘기 등 체력관리를 해 두는 것도 자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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