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키워드가 있는 책읽기]환경이 인생을 결정? 오프라 “그건 변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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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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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따라잡기

지난주 우리나라를 들끓게 했던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30대 남성이 한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입니다. 13세인 여중생을 죽음으로 내몬 악독한 범행과 시신 은폐, 모르쇠로 일관했던 조사과정까지…, 전 국민은 그의 행각에 치를 떨었습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이런 악행을 그의 어두운 과거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두 살 때 버려진 아이라는 점, 성장과정에서 주위사람들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점이 그를 이런 ‘반사회적’ 인물로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경찰조사 도중 그가 “이 사회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라며 화를 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무척 위험하고 모순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그와 비슷한 과거를 가진 사람은 모두 범죄자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소위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만나보면 나름의 이유를 들며 “나는 불행하다. 나는 이렇게 태어났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집이 가난해서, 부모가 이혼해서, 친구들이 따돌려서, 머리가 나빠서…. 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은 모두 낙오자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왜 그들은 ‘열악한 환경=실패’라는 공식대로 살려고 할까요?

토크쇼의 여왕으로 알려진 오프라 윈프리의 인생을 다룬 책 ‘오프라 윈프리 이야기’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오프라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어울리는 상대도 아니었고 그들은 상대와 평생을 같이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들의 만남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 채 끝나버린 반짝 연애에 불과했고 이 짧은 연애로 열아홉 살의 버니타(오프라의 어머니)는 9개월 뒤에 미혼모가 되었다. 결국 그들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오프라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25쪽).

오프라는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무척 부러웠다. 백인 아이들은 상점에 가서 예쁜 옷을 사 입을 수 있고. 집에는 텔레비전과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들이 있어서 편안하고 부유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백인 가정에선 외할아버지처럼 무섭게 화내고 난폭하게 구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31쪽).

어머니는 하루 종일 파출부로 일했다. 다행히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되어 생활보호자금을 지원받아 생활에 보태고 있었다. 오프라는 밀워키의 좁고 낡은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어머니의 두 번째 사생아인 동생과 함께 사는 것이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36쪽).

아홉 살의 오프라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친척집에 맡겨진 오프라는 자신을 돌봐주기로 한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때 오프라는 겨우 아홉 살밖에 안 된 어린 여자아이였다. 믿었던 사람에게 강제로 자신의 소중한 것을 강탈당하자 오프라는 심한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고 대단히 나쁜 짓을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그녀는 어른들이 이 일을 알게 될까 봐 무서웠다. 모두들 오프라를 더럽고 나쁜 아이라며 손가락질할 것 같았다.

그 후에 다른 사촌의 남자친구와 아파트를 드나드는 남자들의 성적학대가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심지어 어머니의 남자친구까지도 오프라를 성폭행했다(52쪽).

오프라는 조금이라도 친구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돈을 훔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부잣집 아이 흉내도 내보았지만 결코 그들과 같아질 수 없었다. 오히려 비참함만 더할 뿐이었다. 자신의 상처와 비밀을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위로받을 수 없다는 외로움이 마침내 오프라를 타락하게 만들었다(69쪽).

오프라에겐 물질도 사랑도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오프라는 단 한 번만이라도 친구들이 누리는 평범한 삶을 누려보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상처가 많았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 중에는 평생 자신의 상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미성숙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들은 대부분 사랑을 주는 법, 받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프라는 달랐습니다.

방황기가 있었지만 오프라는 해리엇 터브먼과 소저너 트루스처럼 노예로 태어나서 숱한 역경에도 위대한 성취를 이룬 흑인 여성들의 책을 읽으며 상처를 극복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프라의 아버지가 했던 말 한마디가 딸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오프라,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어. 일을 일으키는 사람과 일이 일어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전혀 모르는 사람. 아빠는 네가 일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러려면 실력을 쌓아야 해. 오프라!”

힘든 사춘기를 보낸 오프라는 이후 공부에 전념해 미국 테네시 주립대에 입학했습니다. 대학 2학년 때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아 미국 10대 방송국 중 하나의 텔레비전 뉴스 공동 앵커로 발탁되어 방송계에 입문했습니다.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능력으로 승화해 ‘오프라 윈프리 쇼’를 세계적인 토크쇼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평가받습니다.

■ 책 읽고 생각하기 ■

자신의 환경만을 탓하며 하루하루를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오프라 윈프리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성공한 인물과 낙오자의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하고 1000자 이내의 글을 적어봅시다. 아래 e메일 주소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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