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에 숨었을 것” 프로파일러 예측 적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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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순 사건 이어 또 활약“자동차 이용할 경제력 없고,11년 복역에 대인기피 심해낯선 곳 도망가지 않았을 것”검거직후 심리적 공황상태

“김길태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 점 때문에 반드시 꼬리가 잡힐 것이다.”

여중생 이유리 양(13) 납치살해 피의자인 김길태 씨(33)가 잡히기 전 범죄심리분석가인 ‘프로파일러’들은 이렇게 분석했다. 이들은 “동네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는 김 씨가 아직 집 주변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찰이 김 씨를 검거한 부산 삼락동은 덕포동 바로 옆 동네이며 덕포시장과 가깝다. 김 씨가 이 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버린 장소, 이 양이 살던 덕포동 집, 김 씨 양부모의 집도 모두 반경 300m 안에 있다. 프로파일러의 예측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검거에 앞서 경찰은 프로파일러 권일용 과학수사센터 경위(45) 등을 부산 수사본부로 파견했다. 권 경위는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정남규, 안양 초등학생 살해사건의 범인 정성현 등을 조사해 이들의 자백을 끌어낸 베테랑 프로파일러다. 프로파일러들은 김 씨의 이력과 범죄 경력, 범죄 과정 등을 분석해 숨어 있을 만한 도피처의 범위를 좁혀나갔다.

김 씨는 왜 범행 현장 주변을 맴돌았을까. 프로파일러들에 따르면 연쇄 성범죄자들은 크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거주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김 씨는 자동차를 이용해 타 지역을 돌아다닐 경제적 능력이 없어 후자로 추측됐다.

또 프로파일러들은 김 씨가 공황장애와 인격장애로 극단적인 불안감과 대인기피 증세가 있는 점에 주목했다. 김 씨는 11년간 교도소 생활을 해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도 사용하지 못했다. 또 대중교통, 광장 등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기 두려워했다. 사회공포증과 은둔생활이 지속되면서 김 씨의 반사회적 성격이 강해졌고 이로 인해 생활 반경이 극도로 좁아졌다는 것이 프로파일러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김 씨는 검거 직후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고 경기 안양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2004년에는 정신질환 증세를 보여 전문치료시설이 있는 경남 진주교도소로 옮겨 2년 4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

김 씨가 경찰이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덕포동 일대에서 숨어 지낸 것에 대해 경찰청 프로파일러 강은경 경위(29)는 “자신이 잘 아는 곳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 두려움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사회적 성향에서 오는 김 씨의 대범성도 지적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 씨가 수배 중에 재범을 한 것이나 경찰에 두 번이나 전화를 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일이란 점도 범행 장소를 맴돈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동영상 = 김길태 검거 관련 경찰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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