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인재 모으는 핵심수단… ‘디자인 경제’가 도시 이끌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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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계디자인도시서밋’ 개막… 獨미래학자 호르크스 박사-오세훈 시장 대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마티아스 호르크스 박사가 23일 서울 중구 시청 별관에서 디자인과 도시 경제에 대한 대담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디자인은 경제 활성화의 핵심 수단”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진 제공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마티아스 호르크스 박사가 23일 서울 중구 시청 별관에서 디자인과 도시 경제에 대한 대담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디자인은 경제 활성화의 핵심 수단”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진 제공 서울시
“디자인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창의적 인재를 모을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오세훈 서울시장)

“21세기 이후에는 ‘디자인경제’가 도시를 이끄는 사회가 될 것이다.”(독일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

미래학자와 정치인이라는 다른 위치에 있지만 디자인에 대한 두 사람의 관점은 비슷했다. 디자인은 경제적으로 도시를 발전시킬 원동력이라는 것.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디자인도시(WDC)서밋’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찾은 독일 출신 미래학자 호르크스 박사와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만나 도시 발전에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대담을 가졌다. 호르크스 박사는 ‘미래를 읽는 8가지 조건’ ‘미래에 집중하라’ 등의 책으로 국내외에서 유명하다.

―‘디자인도시’란 무슨 뜻인가.

▽오=안전하고 편리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광장으로 올라가는 경사면을 법적 기준치보다 1∼2도 더 완만하게 만들어 휠체어를 탄 사람도 광화문광장에 들어가기 편하도록 디자인했다. 이런 것이 유형 디자인이라면 무형 디자인은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120 다산콜센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그전까지는 각 담당 공무원들이 민원을 확인해줘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120이 생긴 이후 이곳으로 정보를 집중해 시민들이 빠르게 불편을 해소하도록 했다.

▽호르크스=석유자원이 고갈되고 에너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아랍국가에서는 짓고 있는 주택 겉면에 햇빛을 모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고 있다. 주택 건물 디자인이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디자인시정과 함께 ‘창의시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행프로젝트(여성복지정책)나 서울신용보증재단 서류준비 서비스(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재단에서 직접 준비하는 것) 같은 정책들이 모두 창의시정을 통해 나온 정책이다. 이런 창의시정이 디자인 정책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자연과 멀어진 복잡한 도시
삶의 공간 디자인 중요해져

▽오=디자인이 ‘도시의 미래’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도시 간 경쟁의 핵심은 인재 경쟁이 될 것이다. 미래의 인재란 현재의 지식산업을 뛰어넘어 감성과 창의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당연히 문화, 예술가들이 중심에 서게 된다. 서울의 창의시정은 이런 창의적 인재들이 서울로 모이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에서 펼치는 시정이다. 좁게 보면 공무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고 넓은 의미로는 10년, 20년 뒤 서울의 경제 활성화를 책임질 창의적 인재들이 서울로 몰려올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호르크스=이런 창의적 인재들은 실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한 도시를 대상으로 실제 창의적 인재가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그 도시는 창의적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인구가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은 도시 전체가 생산하는 부의 35%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창의적 인재를 유치할 환경을 만드는 것은 도시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 정책이 도시의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오=그렇다. 산업 트렌드만 봐도 지금은 디자인이 좋지 않은 물건은 팔리지 않는다. 고급 디자인 브랜드가 제품의 값과 선호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은 삼성 LG 등 일부 대기업이 디자인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아직 디자인 경쟁력이 낮다. 미국 뉴욕이나 프랑스 파리처럼 도시 자체가 잘 디자인된 곳은 디자인 산업도 매우 강하다. 서울도 잘 디자인된 도시로 만들어 디자인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

창의적 인재들 모여들어
국제경쟁력 갖춘 도시로


▽호르크스=미래학자로서 산업화 이후의 경제를 ‘디자인경제’라고 얘기하고 싶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상품의 종류와 양은 크게 늘어났다. 도시가 더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아울러 자연과도 점점 멀어져갔다. 산업화 이후에는 이런 복잡해진 도시를 통합하고 자연과 더 가까워지도록 삶의 공간을 디자인해 나가는 산업이 중요해진다.

▽오=도시 한가운데 녹지를 만든 ‘북서울 꿈의 숲’이나 최근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도 호르크스 박사가 말한 취지와 같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강변이나 녹지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삶의 만족도가 높고 디자인이 강화된 도시라면 창의적 인재들이 몰려올 수 있을 것이다.

▽호르크스=디자인도시를 만들 때 시민들의 참여를 계속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지붕이나 베란다에 정원을 꾸미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들도 모두 도시 디자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디자인도시 정책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아직 많아 보인다.

▽호르크스=정치적인 논란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디자인이 도시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시민들이 이해하기 시작하면 참여는 자연스럽게 나온다. 공연장을 짓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 시는 건축 비용의 절반을 시민 기부액으로 충당한다. 시와 시민 사이의 소통이 참여를 이끌어낸 좋은 사례다.

―오랜 전통을 가진 유럽 도시와 전통, 현대가 공존한 서울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나.

▽오=한옥 옆에 고층빌딩이 있다는 건 오히려 장점이다. 서울은 로마, 이스탄불 등 역사가 오래된 도시의 콘셉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는 디자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오랜 역사와 24시간 돌아가는 서울의 역동성, 여기에 첨단정보기술 등이 어우러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호르크스=독일 베를린은 전쟁으로 전통 건물이 많이 파괴된 도시다. 서울과 비슷한 역사를 겪었다.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창의적인 건축물이 더 많이 들어설 수 있었다. 서울은 디자인도시 정책을 처음 추진하는 만큼 여러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의지도 필요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서울의 디자인정책이 중단 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호르크스 박사는:
1944년 출생.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사회학 전공. 1992년 함부르크 트렌드연구소, 1998년 ‘미래연구소’ 설립.

:오 시장은:
1961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숙명여대 법학과 겸임교수. 제16대 국회의원

▼ “디자인으로 세계 모든 도시를 바꾸자” ▼
17개국 31개 도시 참여
사례 소개-특강… 오늘 폐막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세계디자인도시(WDC) 서밋’이 막을 열었다. 세계 주요 도시 관계자들과 디자인 전문가들이 모여 도시 발전 과정에 필요한 디자인의 경쟁력 강화 및 발전 정책 등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다. 올해 WDC로 선정된 서울시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는 세계 17개국 31개 도시에서 온 디자인 전문가 4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디자인으로 도약하는 도시, 21세기 도시의 경쟁력 디자인’을 주제로 개막 첫날부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많은 사람이 저를 ‘디자인 시장’이라고 부른다”며 “디자인을 서울 시정 곳곳에 녹인 지 4년 만에 디자인 불모지에 가깝던 서울이 미국 뉴욕타임스의 ‘꼭 가봐야 할 도시 3위’로 뽑혔다”고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독일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 박사는 ‘디자인과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문에서 “디자인이 앞으로 경제를 만들어 나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회에서는 오 시장과 세르조 치암파리노 이탈리아 토리노 시장, 주시 파루넨 핀란드 헬싱키 시장 등이 세계디자인 도시의 비전에 관해 논의하고 “세계 모든 도시가 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바꿔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어 각각 ‘디자인과 도시발전’ ‘디자인산업의 육성’ ‘디자인과 삶의 질’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는 21개 도시 관계자들이 참석해 각자 디자인을 통해 쌓아온 경험들을 나눴다. 태국 방콕은 국제적인 디자인센터를 설립했고,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전(深(수,천))은 디자인특화거리와 디자인개발단지를 집중 육성해 비즈니스 측면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은 도시 규모는 작지만 자연환경 등 지역 문화 특성을 살린 덕분에 관광객을 유치하고 강력한 디자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폐막일인 24일에는 ‘디자인과 미래도시’라는 주제로 세계 석학들의 특별 세션이 열린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크리스 웨인라이트 런던예술대 학장 등이 연사로 참가한다. 또 총회 참가 도시 시장단과 대표단은 디자인을 통한 도시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서울디자인도시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의전차량 지원… 건배주 제공… 기업들 마케팅도 ‘후끈’ ▼

세계 31개 도시 시장과 디자인 전문가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세계디자인도시(WDC) 서밋’에는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열전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서울시와 ‘세계디자인수도 서울 2010’ 공동마케팅 협약을 맺은 기아자동차는 이번 대회에 의전차량 30여 대를 지원했다. 대회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해외 시장단은 ‘K7’과 ‘오피러스’ 등 기아차 차량으로 회의장과 숙소를 오갔다. 주류업체인 국순당은 회의장 테이블에 공식 건배주로 ‘강장백세주’를 올렸다. 강장백세주는 찹쌀과 전통누룩을 주원료로 하고 인삼, 구기자, 오미자 등 10가지 한약재를 넣어 빚은 프리미엄급 약주. 2008년 6월 서울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와 지난해 세계환경포럼에서도 공식 건배주로 소개됐다. 국순당 측은 “그동안 다양한 국제 행사에 자주 선보여 온 술이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주의 우수성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선물용까지 포함해 총 200여 병을 후원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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