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둠벙’ 생태연못으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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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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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작년까지 80곳 복원… 올해 100곳 추가조성
미꾸라지 잡기 체험프로 등 농촌관광자원으로 활용


3년 전 복원된 전남 해남군 문내면 예락마을 둠벙. 관정을 파서 물길을 트고 바닥을 파낸 뒤 생태탐방로를 설치했다. 사진 제공 전남도
3년 전 복원된 전남 해남군 문내면 예락마을 둠벙. 관정을 파서 물길을 트고 바닥을 파낸 뒤 생태탐방로를 설치했다. 사진 제공 전남도
‘둠벙’은 물웅덩이의 사투리로 작은 연못이다. 샘이 솟거나 큰 냇가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에 땅을 파고 흙이나 돌로 주위를 둘러싸 습지 역할을 했다. 그곳은 장구말, 소금쟁이, 물벼룩, 물방개, 짚신벌레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개구리가 알을 낳는 곳이기도 했다. 놀 곳이 마땅치 않은 시골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이자 농사철 논에 물을 대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둠벙은 경지가 정리되고 저수지와 댐, 콘크리트 농수로가 놓이면서 하나씩 사라지거나 메워졌다.

○ 생태 연못 복원사업 결실

전남도는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친환경농업 입증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 2007년부터 둠벙 복원사업에 나섰다. 천적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수질을 정화해 건강한 습지로 만드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생태 연못이 하나둘 살아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소는 지난해 5∼10월 3차례에 걸쳐 전남 담양, 곡성, 강진의 자연둠벙 3개소와 인공적으로 만든 둠벙 3개소를 대상으로 생물다양성 및 수질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인공둠벙은 자연둠벙에 비해 총 생물개체 수는 적지만 종 수는 비슷했다. 자연둠벙은 35종, 인공둠벙은 33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먹이사슬 관계에 있는 하루살이, 잠자리, 물자라 밀도는 자연둠벙은 안정적이고 인공둠벙은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둠벙에는 소금쟁이가 자연둠벙에 비해 3배나 많은 곳도 있었다. 인공둠벙 수질은 산성도, 염류농도, 질산성 질소 등이 자연둠벙과 비슷한 수준으로 모두 농업용수 수질 기준 이하로 나타났다. 김병호 전남도농업기술원 연구사는 “둠벙은 오랫동안 단순히 물 저장 창고로서 기능만 강조돼 왔지만 이제는 논 생물을 풍부하게 살 찌워주는 생태 연못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 둠벙에 수변식물 심고 토종어류 길러

현재 전남에 있는 둠벙은 모두 1150곳.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80곳이 복원됐고 올해는 100곳이 생태연못으로 다시 태어난다. 전남도는 습지 역할을 하지 못하는 둠벙에 수변 식물을 심고 토종 어류를 넣는 한편 곤충을 위해 통나무 말목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복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환경부로부터 3억8000만 원을 받아 친환경농업단지인 장성군 황룡면과 담양군 금성면에 경관용 둠벙 2곳을 만들었다. 관정을 파서 물길을 내고 부레옥잠, 갈대 등을 심는 등 생태학습장으로 꾸몄다.

둠벙을 농촌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전남=친환경’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둠벙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도시 소비자들을 초청해 친환경농법을 선보이고 있다. 둠벙 훼손을 막기 위해 경지 정리를 할 때 작은 습지를 메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조성된 인공둠벙은 경작자에게 관리를 맡기고 있다. 홍경민 전남도 친환경정책담당은 “둠벙에는 많은 수서생물이 공생하며 완전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며 “친환경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논이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둠벙 복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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