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도 ‘알몸 투시기’ 설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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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4대 도입 시범운영
김포 김해 제주는 1대씩
요주의 승객 우선 대상
신체 부위 희미하게 처리

항공기 승객의 옷 속을 투시해 검사하는 일명 ‘알몸 투시기(전신 검색기)’가 국내에도 도입된다. 국토해양부는 “신종 항공테러에 대비해 전신 검색기를 인천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국토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올 6월까지 인천공항에 4대, 김포 김해 제주공항에 1대씩 설치해 시범 운영한 뒤 이르면 올 9월경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폭약, 꼼짝 마”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폭탄테러 기도 사건을 계기로 전신 검색기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19개 공항에서 40여 대를 운영 중인 미국은 올 9월 150대, 2014년 8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는 히스로 공항 등 2곳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네덜란드도 스히폴 공항에 15대를 설치했다.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 나이지리아 등은 설치를 준비 중이다.

전신 검색기는 병원에서 피부 속 뼈나 장기를 볼 때 쓰는 X선과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졌다. 한편에서 파장이 짧고 직진성이 강한 전자기파(電磁氣波)를 쏘면 옷과 피부를 뚫고 들어가 반대편의 센서에 ‘알몸 영상’을 맺히게 하는 방식이다. 어떤 전자기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X선(방사선) 방식과 고주파(밀리미터파) 방식으로 나뉜다. 국토부는 “이 검색기는 물체의 강도가 조금만 달라도 영상으로 감지하기 때문에 기존의 금속탐지기와 달리 몸속에 숨긴 세라믹 재질의 무기, 분말이나 액체 형태의 폭약을 7∼30초 만에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생활과 건강 침해 논란도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선 ‘알몸 영상’ 유출 등의 피해를 우려해 아직 전신 검색기 도입을 꺼리고 있다. 이를 고려해 국토부는 이날 프라이버시 보호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우선 검색 대상을 미국 교통보안청(TSA)이 지명한 승객, 여행 당일 공항에서 티켓을 구매한 승객, 이라크 등 특정 국가를 경유한 승객 등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알몸 영상’은 폐쇄된 분석실에서 일부 요원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얼굴 등 신체 주요 부분은 희미하게 처리된다. 이미지 분석 요원은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분석실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영상을 보관하거나 출력, 전송하는 기능도 아예 없앴다. 그럼에도 원치 않는 승객은 손으로 하는 검색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규정이 잘 지켜진다고 해도 인체 피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백정기 충남대 전파공학과 교수는 “X선은 강도가 약하더라도 인체에 누적되면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전신 검색기의 전자기파 강도(强度)는 의료용 X선이나 휴대전화의 1만분의 1 수준이어서 인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임신부와 영유아, 장애인 등은 검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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