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재도전]며칠이라도 직접 체험… 특성화 프로그램 내게 맞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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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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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 어떻게 고를까

《가족과 떨어져 같은 운명의 학생들과 생활하며 먹고 자고 공부하는 기숙학원. 설립 취지는 동일하지만 시설과 운영방법은 기숙학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한껏 긴장하고 예민해있는 재수생 시절. 어떤 기숙학원을 선택하느냐는 재수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숙학원, 무엇을 보고 선택해야 할까?》

서울 근교 여러곳에 몰려있어… 발품 팔아 직접 방문 해봐야
숙소 - 시설 꼼꼼히 체크… 경험자들 “식당 밥 꼭 먹어보라”
학생관리 방식 눈여겨보고 특강비 등 추가비용 여부도 따져야


1.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

재수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재수는 고3 생활을 한 번 더 되풀이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친구들이 대학에 다니거나 취업해 돈을 버는 동안 ‘혼자서’ 고3 때 했던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생활을 통제하기 어렵고 많은 유혹에 노출되는 게 당연하다. 기숙학원은 재수생의 이러한 불리한 여건을 보완하기에 적당하다. 고3 뒷바라지로 녹초가 된 학부모에게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주로 도심 외곽에 있는 데다 24시간 학습 및 생활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숙학원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과 하루도 허투로 낭비할 수 없는 재수생의 처지를 감안하면,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최신시설을 갖췄다는 광고문구나 확인되지 않은 대입 합격률에 현혹돼선 곤란하다.

기숙학원을 운영하려면 법이 정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2008년 개정된 학원법 및 조례에 따라 기숙학원에 필요한 건물시설과 설비의 기준도 더 높아졌다. 이렇게 강화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기존 기숙학원들은 지난해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주고 학원용도에 맞춰 인가를 받도록 했지만, 올해도 그대로 영업을 하는 기숙학원이 일부 있다. 일부 기숙학원이 광고하는 내용과 실제 시설은 다를 수도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는 반드시 발품을 팔아 직접 방문해 사전 확인을 해야 한다.

기숙학원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 먼저 기숙학원의 위치가 선택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기숙학원은 대부분 서울에서 벗어나있어 모든 곳을 다녀보긴 어렵다. 하지만 경기 남양주-양평-청평, 용인-신갈, 안성-이천, 광주, 수원-안양-광명 등에 여러 학원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몰려 있으니 마음에 드는 지역을 선택해 몇 군데 기숙학원을 한꺼번에 방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기숙학원협의회장인 이천탑클래스기숙학원 김재성 이사장은 “어느 학원이나 상담할 때는 누구나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학생들이 10개월간 생활하고 공부할 곳인 만큼 단 며칠이라도 기숙학원을 직접 체험해보고 결정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2. 기숙학원과 나의 ‘궁합’을 살펴라!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하기로 결심한 이상 기숙학원이 내놓은 특성화프로그램을 잘 살펴보면 지름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학생 생활관리에 비중을 두는 학원이 있는가 하면, 특정 과목에서 강세를 보이거나 소그룹 중심의 학습관리가 강점인 학원이 있다. 남학생전용, 여학생전용 기숙학원도 있다. 일부 기숙학원은 사관학교나 경찰대 등 특수목적대를 지망하는 수험생을 위한 특별반을 운영한다. 학급 배정 방식도 학원마다 달라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 성적을 통합해 반을 나누는 곳이 있고, 과목별로 반을 다르게 편성하는 곳도 있다.

기숙학원의 이름도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 유명세를 탄 대형 입시학원의 직영 혹은 프랜차이즈 형태의 기숙학원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높고, 교재선택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다. 한편 독자적인 기숙학원은 학사운영 및 교재선택이 탄력적이고 소그룹 지도에 유리하다. 하지만 학생들을 받아놓고 폐원하는 기숙학원도 생길 수 있으니 인지도가 낮은 학원이라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숙소 유형 또한 중요한 요소다. 2인 1실, 4인 1실도 있고, 8인 이상이 한방에서 자는 곳도 있다. 2∼4명이 욕실이 딸린 방에서 침대생활을 하면 다소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여러 명이 한 방에서 생활하면 사회성을 기르는 대신 불편할 수도 있다.

수험생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먹을거리가 수험생의 컨디션을 좌우하고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숙학원 경험자들은 기숙학원에 방문하면 밥을 꼭 먹어보라고 권한다. 최근엔 체력 단련을 위한 운동기구, 인터넷강의 시청을 위한 전용공간 등을 마련한 기숙학원들이 늘고 있다.

월 수강료 외에 추가로 드는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수강료만 단순 비교해서는 차후 교재비, 특강비 등에 당황할 수 있다.

학생관리 정도가 자신의 성격과 맞는지도 반드시 가늠해봐야 한다. 기숙학원 대부분이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사용을 금하고 있다. 컴퓨터 사용도 제한적이고 3∼4주에 한 번 외출이 가능하다. 이성교제도 허락되지 않는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이나 다소 강압적인 관리 방식이 수험생의 성격에 따라 때론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따져봐야 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기숙학원을 결정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간혹 늦게 일어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고 이성교제로 바쁜 자녀를 공부시키겠다면서 기숙학원에 강제로 등록시키는 부모가 적잖다. 이럴 경우 재수에 성공할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 김재성 한국기숙학원협의회장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부모가 강제로 기숙학원에 들여놓아도 당사자가 학원의 관리와 통제를 답답하고 불편하게 여기면 끝내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고, 반드시 성공해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학생이라면 기숙학원 선택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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