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비보호 좌회전’ 대란… 운전자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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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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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풍림아이원 1·2단지 사거리. 직진 신호가 켜졌지만 반대편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사거리를 통과하면서 비보호 좌회전 대기 차량들이 좌회전을 못한 채 서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 기자
21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풍림아이원 1·2단지 사거리. 직진 신호가 켜졌지만 반대편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사거리를 통과하면서 비보호 좌회전 대기 차량들이 좌회전을 못한 채 서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 기자
21일 오전 8시 50분경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 풍림아이원 1, 2단지 사거리. 신송고등학교를 지나 온 차량들이 해양경찰청 방향으로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멈춰서 있었다. 이곳은 좌회전 신호가 있었지만 지난달 비보호 좌회전 신호체계로 바뀐 곳이다. 하지만 차량들은 직진 신호가 켜졌음에도 쉽게 좌회전을 하지 못했다. 반대편 차량들이 직진 신호를 받아 사거리를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 결국 맨 앞쪽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자가용 한 대만 겨우 좌회전을 한 뒤 신호는 다시 빨강색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 사거리에서 버스들은 반대편 직진 차량이 많으면 빨강색 신호에서도 좌회전을 일삼고 있다. 운전자들은 문학터널에서 청량터널을 지나 송도국제도시로 진입하는 차량이 늘면서 이 사거리의 교통량도 늘어 좌회전 신호를 예전처럼 주지 않으면 좌회전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택시운전사 최모 씨(54)는 “이 사거리의 경우 비보호 좌회전으로 신호체계가 바뀐 것을 모르고 직진 신호가 켜졌는데도 좌회전을 하지 않고 마냥 서 있는 차량이 많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뒤에 서 있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일부 차량은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를 바꿔 무리하게 좌회전을 시도해 교통사고의 위험을 늘 안고 있다.

20일 오후 8시경 인천 연수구 동춘동 태평, 대우3차아파트 사거리. 대우3차아파트로 좌회전을 하려는 차량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거리도 최근 비보호 좌회전으로 바뀐 곳. 하지만 맨 앞에 있던 차량은 직진 신호가 켜졌는데도 머뭇머뭇하며 좌회전을 하지 못했다. 반대편 차량들이 달려와 좌회전 타이밍을 놓친 것. 인근 아파트에 사는 김민배 인하대 교수(법학과)는 “설명회나 공청회 등이 열렸을 텐데 상당수 주민이 모르는 것은 교통행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교통운영체계 선진화방안 세부실천 계획에 따라 지난해 12월 시내 주요 교차로에 총 441개 비보호 좌회전 신호체계를 추가로 설치했다. 좌회전 표시를 별도로 주지 않고 선진국처럼 직진 신호 때 좌회전을 할 수 있도록 신호체계를 바꾼 것. 이에 따라 현재 인천시내에는 총 945개 비보호 좌회전 신호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441곳을 비보호 좌회전 신호체계로 바꾼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 인천경찰청 경비교통과에는 하루 평균 30여 통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최근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불만이 많은 편이다.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11월 비보호 좌회전 신호체계를 운영하기에 앞서 경기지방경찰청과 권역별로 공청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인천경찰청은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는 66개 비보호 좌회전 지점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위해 22일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인천경찰청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비보호 좌회전 신호로 변경한 441개 지점은 3차로 이하 교차로의 접근로”라며 “도로교통안전공단과 인천시 신호기설계팀 등 관계자와 현장 실사를 통해 비보호 좌회전 구간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비보호 좌회전 신호체계는 평균 210초가량 걸리는 신호주기를 180초로 줄여 에너지 낭비를 막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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