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현상’ 연구 논문으로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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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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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배현석 교수 장기기증 영향 분석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Thank you, and love each other).” 올해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 기증과 함께 남긴 이 말이 실제 한국인에게 숭고한 종교 지도자를 닮고 싶은 일체감 현상을 일으켜 장기기증과 자원봉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남대 배현석 교수(49·언론정보학과·사진)는 최근 영문으로 작성한 ‘종교 유명인사의 사회적 영향-김수환 추기경이 각막 기증과 자원봉사 정신에 미친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이 논문은 내년 말 국제학술지인 ‘보건커뮤니케이션학회지’에 실릴 예정이어서 김 추기경의 삶이 국제적으로 조명되는 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 교수는 김 추기경 선종 후 40만 명가량의 국민들이 명동성당의 빈소 등을 찾아 추모한 ‘김수환 추기경 현상’의 원인과 영향을 매스컴 보도와 참여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웹 설문조사(2월 26일∼3월 1일)에 응한 전국 성인 남녀 1200여 명 가운데 90%가량이 하루 만에 매스컴을 통해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접한 뒤 ‘닮고 싶은 일체감’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이 사회적 유명 인사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닮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지만 김 추기경은 장기기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배 교수는 강조했다. 실제 김 추기경 선종 이전에는 각막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 하루 평균 20여 명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며칠 동안 800여 명까지 급증했다. 또 올 들어 지난달까지 장기기증을 희망한 사람은 17만6900여 명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김 추기경 사례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심각한 장기기증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배 교수는 평가했다. 배 교수는 “김 추기경의 신념과 행동은 장기기증이 곧 봉사이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 장기기증을 꺼리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이런 추세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앞으로 2년 정도까지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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