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재판 ‘집중심리제’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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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서울시장 출마땐
재판이 선거에 큰 영향력
변호인단 ‘신속재판’ 요구
검찰도 반대할 이유없어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은 ‘집중심리제’가 적용돼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 왔고 실제로 출마한다면 재판 진행 과정 그 자체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심리제는 가급적 짧은 시일 안에 재판을 여러 차례 집중적으로 열어 재판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빨리 결론을 내리는 제도다.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신속히 처리해야 할 사정이 인정되면 재판장이 집중심리를 채택해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을 최대한 모아서 한꺼번에 진행하게 된다. 일반사건은 3, 4주에 한 번씩 재판을 열지만 집중심리를 하게 되면 1, 2주 만에 한 번꼴로 열기 때문에 재판진행이 매우 빨라진다. 대법원 재판예규도 처리가 지연돼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만한 사건은 ‘적시처리필요 중요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 전 총리 사건 재판은 집중심리제가 적용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이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겠다고 이미 밝혔고 검찰도 이에 반대할 이유는 특별히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간과 인력 등 법원이 처한 현실적인 제약과 재판 과정의 돌출변수 때문에 집중심리가 이뤄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러 사건의 재판을 맡고 있는 담당 재판부가 한 전 총리 사건에 집중할 여력이 있어야 하고 증인출석 등 재판 일정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만 재판 도중에 새로운 쟁점이 돌출되거나 당사자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리면 신문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특히 5만 달러가 건네졌다는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 오찬과 관련해 한 전 총리 측과 검찰이 서로 ‘비장의 카드’를 꺼내놓으면 증거조사나 현장검증이 추가되면서 재판 일정이 지연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신동훈 대법원 공보판사는 “검찰과 피고인 측이 유·무죄를 첨예하게 다투고 있기 때문에 1심 판결 선고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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