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진강 참사, 사망자 잘못” VS “국민관심 잠잠하자 발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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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公 ‘손배책임 없다’ 조정 답변서
유족측 ‘보상합의 위배’ 강력반발

水公은…

‘임진강 참사’ 희생자 보상을 둘러싸고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수공은 전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서 유족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공은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조정에서 대리인을 통해 “유족 측의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조정비용은 유족 측이 모두 부담한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수공은 답변서에서 “당시 임진강의 급격한 수위 상승은 북한 측의 무단 방류로 발생한 것으로 천재지변과 유사한 사고”라며 “수공이나 연천군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수공이 운영하던 경보설비 장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수위정보 등이 다른 경로로 연천군에 전달된 이상 재난방치 조치는 연천군의 업무에 속하므로 수공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공은 “이경주 씨 등 5명은 물놀이가 금지된 모래섬에서 보트나 구명조끼 없이 야영했으며 낚시객 김대근 씨는 강 가운데 바위 위에서 낚시를 했다”며 “사망자들의 잘못으로 초래된 사고”라고 규정했다.

이에 앞서 유족들은 9월 6일 북한이 황강댐을 예고 없이 방류해 임진강 임진교 하류에서 야영하던 이경주 씨 부자 등 6명이 불어난 물에 휩쓸린 참사와 관련해 보상협의가 지연되자 “수공과 연천군은 유족들에게 모두 36억7555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신청을 냈다.

▶ 유족은…

답변서를 접한 유족들은 “천재지변 운운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족 대표 이용주 씨(48)는 “사고 당일 임진강 필승교 수위가 경보 기준 수위 3m를 넘어선 것은 오전 3시경으로 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수공 담당직원과 연천군청 담당자에게 경보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돼 하류의 희생자들을 대피시킬 시간이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이 씨는 “당시 비가 오지 않아 사고 전날 밤까지만 해도 물은 매우 얕았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수공 직원 송모 씨(34)가 4일 임진강 필승교 수위관측소 원격단말장치를 교체한 뒤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송 씨는 사고 직전까지 모두 26차례나 통신장애를 알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당일 수공 당직자 임모 씨(28)는 사고 전날인 5일 밤 근무 규정을 어기고 서울에서 친구들과 당구를 쳤으며 연천군의 전화를 받고 뒤늦게 현장에 나가 임진강 수위가 상승한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연천군청 당직자 고모 씨(40)도 종합상황실 내 필승교 수위 전광판과 폐쇄회로(CC)TV 모니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임진강 참사로 남편 이경주 씨(38)와 아들 이용택 군(9)을 잃은 김선미 씨(36)는 “수공은 사고 뒤 ‘통상의 보상금과 특별위로금(보상금의 60%)을 지급한다’고 유족들과 합의했다”며 “국민의 관심이 잠잠해지자 후안무치하게 아예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 측과 수공 측은 내년 1월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2차 조정에 들어간다. 조정에 실패하면 정식 재판에 들어간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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