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1920년 신여성은 어떻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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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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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역사박물관서 특별전시회 열려
새 문물 유입-패션-활약상 등 한눈에

1일 인천 부평구 삼산2동 부평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을 찾은 여성들이 1920년대 신여성들이 사용했던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사진 제공 부평역사박물관
1일 인천 부평구 삼산2동 부평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을 찾은 여성들이 1920년대 신여성들이 사용했던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사진 제공 부평역사박물관
주부 김윤미 씨(36)는 1일 인천 부평구 삼산2동 451-1 부평역사박물관(www.bphm.or.kr)을 찾았다. 이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지난달 27일부터 관람객을 받기 시작한 ‘1920 여성,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다’라는 주제의 특별전시회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전시회를 둘러본 김 씨는 구한말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서양식 교육을 통해 지식인으로 등장한 당시 신여성들의 생활에 공감했다. 그는 “1920년대 근대 교육을 받은 신여성들이 봉건사회의 낡은 틀을 벗어던지고 당시 보여주려고 했던 ‘롤 모델’로서의 역할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크게 7부로 나뉜다. 1부(그녀들 이전의 삶)는 유교사회에서 집안에 갇혀 사는 등 제한적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옷을 입은 여성을 촬영한 사진이 실린 엽서와 여성들이 갖춰야 할 덕목을 다룬 유교서적인 ‘내훈’ ‘여사서’ 등이 전시된다.

2부(여자도 남자와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에서는 1886년 한국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이 문을 열면서 사회 곳곳에 불기 시작한 여성교육의 물결을 느낄 수 있다. 당시 사용하던 교과서와 교복, 사진 등을 보여준다.

3부(여성, 장옷과 비녀를 벗어버리다)에서는 당시 하나의 문화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신여성의 다양한 특징을 살펴본다. 신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화장품과 구두, 핸드백 등이 전시된다. 신여성들의 의상을 살펴볼 수 있는 병풍인 ‘진채신여성풍속도’(경기대박물관 소장)가 눈길을 끈다.

4부(신여성의 문화, 사회생활)가 흥미롭다. 한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이자 당시 신여성의 리더로 평가받는 나혜석의 작품 ‘무희’(국립현대미술관 소장)를 감상할 수 있다. 현대적 창작 무용가로 이름을 떨친 무용가 최승희의 공연 포스터와 광고지 등도 등장한다. 이 밖에 당시 최고의 스캔들을 일으켜 주목받은 가수 윤심덕과 김우진의 투신자살 내용이 실린 기사 등을 동아일보를 통해 보여준다.

5부(그녀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신여성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렸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소설 심훈의 ‘상록수’와 김동인의 ‘김연실전’을 통해 비교한다.

6부(인천의 신여성)에서는 인천에서 태어난 신여성들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여성 최초로 학사학위를 받은 독립운동가 하란사가 대표적인 인물. 자비로 유학을 떠난 그는 고종의 신임이 두터워 1919년 파리평화회의에 여성대표로 참석하려고 했으나 일본 경찰에게 탄로나 중국에 망명한 뒤 운명을 달리했다. 이 밖에 민족의 교육을 위해 힘쓴 김활란 하복순 김애마 김애식 등 인천을 대표하는 5명의 신여성을 패널로 만날 수 있다.

7부(신여성의 만세운동)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930년 일어난 서울여학생만세운동을 주제로 만든 10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이범호 박물관장은 “새로운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당시 신여성들의 삶을 파노라마로 펼쳐 놓은 전시회”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개관하며 공휴일과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어린이 200원, 청소년 300원, 어른 500원이다.

2007년 3월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3056m²)로 조선시대 수도 한양의 서쪽에 위치한 군사·경제적 요충지인 인천 부평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상설전시실과 부평역사실에서는 부평에서 출토된 유물과 향토사료 1600여 점을 전시한다. 032-515-6472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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