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학 입시설명회 ‘반짝 이벤트’ 언제까지…

“여러 대학에서 한꺼번에 입시 홍보를 하니까 일정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죠. 차별화된 내용도 별로 없고….” 대구지역의 한 일반계 고교 3학년 담당교사는 19일 이렇게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대구와 경북지역 대학들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고교를 대상으로 각종 홍보활동을 한꺼번에 하는 바람에 생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매년 이맘때 지역 대학들은 거의 예외 없이 교직원과 학생 등으로 대규모 홍보단을 구성한다. ‘우수학생 유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고3 수험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양특강’이나 ‘찾아가는 입시설명회’, ‘맞춤형 교수특강’, ‘고교 방문 입시설명회’, ‘미리 가보는 ○○대 캠퍼스’ 같은 프로그램을 앞 다퉈 실시한다.

이 같은 모습은 대구나 경북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고교생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댄스그룹을 초청해 공연행사처럼 입학설명회를 여는 곳도 있다.

대학들이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수능 이후에 반짝 하는 듯한 방식은 되돌아볼 측면이 있다. 고교 쪽에서 ‘난리’나 ‘법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이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아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한국인에게 이런 현상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우리 대학 교수들은 평소 고교생을 대상으로 꾸준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교수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그래야 고교생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 소질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학 분야의 최신 연구흐름 등을 고교 3학년생뿐 아니라 1, 2학년생을 대상으로도 설명회를 열어 고교생들이 가급적 빨리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가지 방식 가운데 미국 대학의 사례가 좀 더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의 입시 홍보전도 수험생 중심의 반짝 이벤트보다는 좀 긴 안목을 가지고 고교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