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밴드 삼총사, 직장인 밴드 ‘튜스토리’ 재결성
오디션 거쳐 내달 마포아트센터서 감격의 첫공연
“멈추지 말아요. 강물이 흐르듯∼ 사랑을 하세요. 고독한 마음을∼.”
갑작스러운 한파에 차도 사람도 종적을 감춘 17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인근 한 지하연습실. 굵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멈추지 말아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국내 록밴드인 ‘무당’이 1983년 발표한 곡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49세 동갑내기 윤보현(자영업) 이동환(SO기업 직원) 신동수 씨(두산건설 고객서비스팀). 메인 보컬을 맡은 윤 씨의 노래소리에 따라 이 씨의 베이스와 신 씨의 드럼 연주가 라이브로 울려 퍼졌다.
대학 동창인 이들은 1980년대 대학가를 강타한 ‘대학가요제’에 반해 무작정 밴드를 꾸렸다. 과방이나 MT를 갈 때마다 빠지지 않던 통기타와 ‘생목’이 이들의 유일한 악기였다. 군대와 취업 문제로 얼마 되지 않아 뿔뿔이 흩어졌지만 삼총사의 밴드에 대한 열망은 꾸준한 개인 연습으로 이어졌다. 신 씨는 군대에서 드럼을 배웠고 이 씨와 윤 씨도 취직 후 통기타 대신 전자기타를 잡기 시작했다. 10여 년 만인 1996년 밴드를 재결성했을 때 오히려 더 늘어난 실력에 서로 놀랐을 정도였다. 열정 하나만 믿고 모였지만 당시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초년병 시절이었던 터라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일도 눈치가 보였다. 연습실을 빌리지 못해 번번이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결국 일요일마다 경기 고양시 능곡동까지 찾아가 사람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목이 터져라 연습했다.
이 씨와 신 씨가 각각 직장일로 지방으로 가게 되면서 밴드는 1년 만에 결국 또 한 번 해체됐다. 이들이 다시 모인 건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 오랜만에 모여 소주 한잔 하던 중 아마추어 밴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즐거운 인생’ 이야기가 나왔다. 그날 밤으로 밴드는 부활했다.
2007년 윤 씨의 개인 사무실 한쪽에 앰프와 드럼 등 시설을 갖춰놓고 무작정 독학을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퇴근 후 오후 8시에 모이자는 약속과 함께 밴드 이름은 ‘튜스토리’로 지었다. ‘화요일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음악을 하다 보니 더 큰 욕심이 생겼다. 늘 바쁘다고 섭섭해하는 가족들에게 근사한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다. 이들이 마포문화재단에서 모집한 ‘직장인 밴드 육성 프로젝트’에 도전한 이유다.
튜스토리는 지난달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 등 전문가들 앞에서 오디션을 거쳤다. 이들은 3 대 1의 경쟁을 뚫고 처음으로 ‘장래성’을 인정받았다. 마포문화재단(이사장 신영섭 마포구청장)은 자신들의 첫 번째 ‘소속 가수’인 튜스토리에게 한 달간 전문 강사와 연습실을 제공하기로 했다. 화요일인 17일 퇴근 후 연습실을 찾은 튜스토리 멤버들은 홍대의 유명 프로 밴드인 ‘와이낫(Ynot)’으로부터 수업을 받았다. 앞으로 일대일로 잘못된 음정과 연주를 바로잡고 어색한 무대 매너 등을 교정 받게 된다. 다음 달 19일엔 전문 공연장인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첫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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