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진풍경 “학원 사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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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교습금지에 신종플루…
강남교육청 “최대 40% 매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요즘 틈날 때마다 학원 거래 전문 웹사이트를 확인한다. 지난달 학원을 내놨지만 사려는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돈이 되는’ 학원을 사고파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 학원 거래 전문 부동산 중개업소도 있을 정도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투기성으로 시장에 나오는 학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운영상 한계에 달해 나오는 매물이 많다”며 “소규모 학원뿐 아니라 대형 학원도 붕괴 직전에 몰린 곳이 여러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교육청이 현장 조사와 서류 검토로 파악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남교육청은 관내(강남구 서초구) 학원 2800여 곳 가운데 최대 40% 정도가 매물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남교육청 고위관계자는 “학원 거래 웹사이트에 600여 곳, 학원 거래 전문 공인중개소에 840여 곳이 매물로 나왔다. 중복된 것을 감안해도 팔려고 내놓은 학원이 1000곳은 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올해 7∼10월 강남교육청에서 접수한 ‘교과 교습 학원 설립자 변경 신청’ 건수는 1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건)보다 28% 늘었다. 주인이 바뀌는 학원도 지난해보다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학원가에서는 심야 교습 시간 제한 조례가 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받은 이후 시장 상황이 나빠졌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B 씨는 “오후 10시 이후 수업을 하면서 추가 수강료를 받았지만 이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소득이 줄었다”며 “‘학파라치’가 강화되면서 암묵적인 불법 편법 영업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끼친 영향도 적지 않다. 강사료와 건물 임차료는 크게 올랐지만 수강료는 계속 동결된 것도 학원 운영에 큰 부담이다.

그러나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교육당국이 성공을 거뒀다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치동 J공인중개소는 “방학이 한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방학 때 전세를 구하려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 10통 가까이 걸려온다”며 “외고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강남 학원, 학교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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