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영화, 생각의 보물창고]써로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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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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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을 대리하는 시대… ‘꿈 같은 세상’이 올까?

《아, 얼마나 좋을까요?
나를 대신하는 로봇이 존재한다면 말이에요.
나는 그저 집안에 편안히 누워 로봇을 조종하기만 하면, 로봇이 나를 대신해 학교도 가고 시험도 보고 봉사활동도 간다니요.
그렇게만 되면 우리의 삶은 정말 안전해지지 않을까요?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으슥한 골목길에서 강도를 만나도 나를 대신하는 로봇이 끔찍한 일을 당할 뿐이니까요.
참, 위험한 전쟁터에선 이런 로봇들이 더욱 안성맞춤이겠군요.
로봇이 대신 싸우면 될 터이니, 군인들이 귀한 목숨을 잃는 불상사도 없지 않겠어요?
바로 이런 상상을 담은 영화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써로게이트(Surrogates)’랍니다.
‘surrogate’는 ‘대리인’ 혹은 ‘대행자’란 뜻을 가진 영어단어이지요.
이 영화 속 미래세계의 사람들은 마치 은둔형 외톨이처럼 방밖으론 한 발짝도 나가지 않습니다.
써로게이트 로봇들을 원격조종하면서 자기를 대신해 직장에 출근토록 하고 각종 위험천만한 일도 대행토록 할 뿐이지요.
정말 꿈같은 세상이라고요?
글쎄요….》[1] 스토리라인

미래. 인간의 뇌와 연결된 원격제어장치를 통해 움직이면서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 ‘써로게이트’가 발명됩니다. 써로게이트는 불티나게 팔리고, 어느덧 거리에는 진짜 사람들 대신 써로게이트들로 북적거리는 세상이 됩니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오랜 꿈이 이뤄진 듯 흥분에 빠집니다. 젊고 매력적인 외모의 써로게이트로 자신을 ‘위장’하면 자기의 못난 얼굴과 뚱뚱한 몸도 감출 수 있기 때문이죠. 이들 대리로봇을 통해 사람들은 각종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100%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환호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써로게이트가 이상한 빛을 뿜어내는 신무기의 공격을 당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써로게이트만 파괴된 것이 아니라, 그 써로게이트와 접속된 인간마저도 뇌가 녹아 죽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지요.

사건을 맡은 형사 그리어(브루스 윌리스)는 살해된 피해자가 써로게이트를 발명한 천재과학자 라이오넬 캔터 박사의 아들인 제리드 캔터란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사건을 써로게이트에 반대하는 인간들이 벌인 조직적 행위로 규정합니다(기가 막힌 사실은, 젊고 강인한 외모의 그리어 역시 대리로봇인 써로게이트에 지나지 않았단 사실입니다. 진짜 그리어는 머리도 하얗게 세고 피부도 거친 중년 남자였지요).

그리어의 써로게이트는 “써로게이트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자”고 주장하는 인간 세력에 의해 파괴됩니다. 결국 ‘진짜 그리어’가 낯선 세상으로 나옵니다. 아, 만날 써로게이트를 통해 집안에서 안온한 삶을 누리던 그가 실제로 맞닥뜨린 세상은 위험천만할 뿐이지요.

사건의 실체를 향해 한발 한발 접근하던 그리어는 충격적 사실과 직면합니다. 알고 보니, 써로게이트의 파괴를 주장하는 세력의 배후에는 써로게이트의 창시자 캔터 박사가 있었지요. 당초 장애인들에게 온전한 신체를 제공한다는 선의로 창조했던 써로게이트가 인간의 한갓된 욕망을 실행에 옮기는 대리로봇으로 변질되자, 캔터 박사는 세상의 모든 써로게이트와 더불어 그 써로게이트에 접속된 사람들을 제거하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운 것이지요.

[2] 생각 키우기

써로게이트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세상은 더 좋아질까요, 아니면 더 오염될 뿐일까요. 써로게이트를 둘러싸고 덕진이와 민정이가 논쟁을 벌입니다.

먼저 덕진이가 주장합니다.

“요즘 신종 플루 때문에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어. 지하철에서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주위에 있던 다른 승객들이 멀찌감치 ‘도망’갈 정도지. 이럴 때 써로게이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써로게이트가 나를 대신해 학교에도 학원에도 간다면 인류는 전염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겠어? 전쟁터에도 써로게이트를 내보내면 군인들이 소중한 목숨을 보전할 수 있잖아.

이뿐만이 아니지. 써로게이트는 인류를 각종 범죄로부터도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할 거야. 생각해 보라고. 어린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대신, 그들을 대리하는 써로게이트들이 학교에 가거나 놀이터에서 노는 거야. 그러면 유괴로부터도 안전하잖아? 으슥한 밤거리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어. 혹시 강도나 폭행을 당하더라도 다치거나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나를 대리하는 로봇일 뿐이니까.

써로게이트를 사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콤플렉스도 단번에 해결될 거야. 못생긴 사람은 잘생기고 매혹적인 외모의 써로게이트를, 뚱뚱한 사람은 마른 체형의 써로게이트를 사용하면 모두 ‘꿈’을 실현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러다 보면 차별이 사라지는 세상이 구현될 거야. 장애인도 써로게이트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흑인도 백인의 모습을 가진 써로게이트를 통해 인종차별을 극복할 수 있으니까.”

그러자 민정이가 반박을 합니다.

“그건 써로게이트의 존재를 너무 낭만적으로 바라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보라고. 써로게이트를 통해 사람들은 잘못된 욕망을 얼마든지 실행에 옮기거나 일탈할 수 있을 거야. 나의 써로게이트를 통해 평소 미워했던 녀석의 써로게이트를 흠씬 두들겨 패도 그건 ‘사람’이 ‘사람’을 때린 게 아니니까 폭행죄에 해당하지 않잖아? 유부남이 외간여자와 바람을 피워도 마찬가지지. 내가 아니라 나의 써로게이트가 바람을 피운 거니까 그걸 간통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게다가 영화에도 나오듯, 남자이면서도 여자의 써로게이트로 활동하거나 여자이면서도 남자의 써로게이트로 생활한다면 이 세상에 ‘정체성’이란 게 송두리째 부정될지도 몰라.

써로게이트가 모든 인간을 대신한다면 이 세상에 인간의 존엄성이란 게 있을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흰머리가 생기고 얼굴에 하나 둘 주름이 잡히는 걸 왜 부정적으로만 보는 거지? 얼마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현상인데…. 써로게이트를 통해 언제나 젊고 멋진 모습만 보여준다면 도대체 인간의 존재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세상에 모든 차별이 사라질 거란 예측도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 생각해봐. 써로게이트는 자동차처럼 매장에서 전시해 놓고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엄연한 ‘상품’이잖아? 자동차에도 값싼 자동차와 비싼 자동차가 있듯, 써로게이트도 저렴한 써로게이트와 럭셔리 써로게이트가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은 싸구려 써로게이트만을 구입할 수 있겠지만, 부자들은 외모와 기능에서 월등히 앞선 명품 써로게이트를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대의 써로게이트를 구입해서 ‘레저용’ ‘시험공부용’ ‘소개팅용’으로 용도에 따라 사용할 거 아니겠어? 써로게이트의 외양만 보고도 대번에 빈부차가 드러나는 거지. 다시 말해, 인간을 대리하는 로봇이 생겨날지라도 빈부격차 같은 차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덕진이와 민정이 중 누구의 주장에 동의하나요?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 주장의 근거를 논리적으로 말해보세요. 또 덕진이와 민정이가 미처 말하지 못한 써로게이트의 장단점에 대해 자신의 기발한 생각을 말해보세요.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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