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이 화재 원인” 결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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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용산참사’ 농성자 7명 중형 선고 배경
화재원인 “발전기-정전기 탓 불났을 가능성 낮아”
경찰진압 “위험한 시위대에 특공대 투입은 정당”

《법원은 28일 서울 용산 철거민 화재참사 사건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화재 원인에 대해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의 불똥이 인화물질인 세녹스 유증기에 옮겨 붙은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수사기록의 일부(3000쪽 분량)를 제출하지 않아 한때 파행을 빚었던 1심 재판에서 법원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한양석 부장판사는 “경찰과 여러 방송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화재 당시 동영상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경찰특공대와 농성자, 피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며 화재 원인 등에 대한 판단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 “농성자의 화염병이 화재 원인”

재판부는 올해 1월 20일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 있던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등이 망루 안으로 진입하던 경찰특공대를 향해 던진 화염병 불똥이 세녹스의 유증기에 옮겨 붙어 불이 삽시간에 번졌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측이 발화 원인으로 지목했던 △발전기의 열기 △각종 정전기 △경찰특공대가 사용한 전동그라인더의 마찰로 인한 불꽃 등은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발전기 때문에 불이 났을 가능성에 대해 “켜져 있던 1대는 망루 바깥에 있었기 때문에 관계가 없고, 망루 안에 있던 1대는 꺼져 있었다. 일부 농성자도 그같이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고 시점이 매우 추운 한겨울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섬유 정전기 등으로 불이 붙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전동그라인더를 사용한 흔적도 화재 진압 후 소방관들이 시신 발굴 등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화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증인으로 나온 경찰특공대원들은 망루 안에서 농성자들이 자신들을 향해 불이 붙은 화염병을 여러 차례 던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경찰의 진압 작전은 적법”

피고인들은 “경찰의 무리한 살인 진압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경찰의 공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줄곧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의 남일당 건물은 서울역과 한강대교를 잇는 한강대로변에 있다. 피고인들은 이곳에서 1t이 넘는 세녹스와 화염병, 염산병, 벽돌, 쇠구슬, 새총 등 위험한 시위용품을 가지고 건물 옥상에 망루까지 짓고 농성을 벌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1월 19일 인근 건물과 한강대로변에 벽돌과 화염병, 염산병 등을 던져 통행인들에게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진압 경험이 많고 고도로 훈련된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것은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 따라서 경찰지휘부의 경찰특공대 투입은 위법한 결정이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경찰특공대는 방패와 진압봉, 소화기 등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진압작전에 나섰고, 진압 과정에서도 체포에 필요한 이상의 물리력을 행사한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충연 위원장에게는 이 사건의 주동자라는 점에서,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간부인 김모 씨에게는 전철련 회원으로서 용산 재개발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농성에 가담한 데다 법정 소란 행위를 주도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 9명 가운데 가장 형량이 높은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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