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대적 휴교 부작용”… 의협 “2,3주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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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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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코앞에 두고 수업공백-과도한 불안조장 부담
휴업 하루새 2배로… 학교-지역별 기준 오늘 발표

전교생 마스크 수업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서울 경기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고 있다. 경기초등학교는 최근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라고 지시했다. 김재명 기자
전교생 마스크 수업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서울 경기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고 있다. 경기초등학교는 최근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라고 지시했다. 김재명 기자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학교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28일 급히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교과부는 이에 앞서 27일 4개 부처 합동 간담회에서 휴업 기준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휴업 학교가 2배로 늘어나자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27일(0시 기준) 97곳이던 휴업 학교는 28일 205곳으로 급증해 교과부가 집계를 시작한 8월 이후 가장 많았다.

교과부는 일단 학교별 휴업 기준부터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은 학교장이 재량에 따라 휴업 여부나 규모를 결정하도록 해서 학교 현장에 혼란이 컸다. 어떤 학교는 의심 환자만 발생해도 학교 전체가 문을 닫는 반면 어떤 학교는 확진 환자가 나와도 환자가 있는 반만 휴업을 하는 등 제각각이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통일된 휴업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과부는 이미 지역 감염 단계로 접어든 신종 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소규모 지역 단위의 휴업도 검토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서울 목동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학원이 밀집한 곳, 신종 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학교가 많이 몰려 있는 곳 등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해당 지역의 학교는 휴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의 감염자 수가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춰서 초중고교에 백신 접종이 이뤄질 때까지 시간을 벌고 감염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교과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와 의사, 초중고교 교장,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 회의를 한 데 이어 오후에는 긴급 전국 시도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해 일선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장기원 교과부 기획조정실장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휴업이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가에 대해 견해가 엇갈린다”며 “우선 휴업을 하는 학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일선 학교장들이 휴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통일된 기준부터 제시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확산이 빠른 학교는 즉각 휴교령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휴교는 관할 교육장이나 교육감이 직권으로 강제하는 반면 휴업은 학교장의 재량으로 결정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즉시 2, 3주일간 휴교를 실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경만호 의협 회장은 “11월 중순이 돼야 초중고교생들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데 보름이 넘는 기간 중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며 “아이들간의 전염을 막고 이미 신종 플루에 걸린 아이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2주간 휴교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 회장은 “원칙상 전국적인 휴교가 아니라 확산이 빠른 학교를 대상으로 휴교를 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교육 당국은 휴교나 휴업이 신종 플루 확산을 막는 데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다. 실효성과 부작용 때문에 선뜻 대대적인 휴교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교생들은 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어 수업 결손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낮 동안 학원이나 다중이용시설을 드나들면 오히려 지역 감염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급식을 실시하고 있어 학생 지원에 공백이 생기는 점도 휴교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급식과 방과후 보육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과 맞벌이 학부모에게는 휴교 조치가 고통을 줄 수 있다. 집단적인 휴교 조치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재 학교들은 학부모에게 자녀가 신종 플루 증상을 보이면 학교에 보내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으며, 신종 플루 증상 때문에 결석한다고 학교에 미리 알리면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초중고교 교사 381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9.8%는 ‘휴업 여부는 개별 학교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39.1%는 ‘전국 학교 휴교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의협은 거점병원에 쏠린 환자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현재 거점병원에서만 원내 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동네병원으로도 한시적으로 확대해 달라고 보건당국에 요청했다. 또 보건소 인력을 신종 플루 관련 대책에 전격적으로 투입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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