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고비사막,가을황사 또 보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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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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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 만에 10월 발생… “中 사막지역 여름 강수량 예년 절반 그쳐”

이달 21일 서울 남산 전망대에 오른 한 시민이 코와 입을 가린 채 황사로 뿌옇게 변한 도심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가을 황사는 한 번 발생하면 잘 날아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달 21일 서울 남산 전망대에 오른 한 시민이 코와 입을 가린 채 황사로 뿌옇게 변한 도심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가을 황사는 한 번 발생하면 잘 날아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달 19일과 이달 21일, 한국에 두 번의 가을 황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이 황사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200μg 내외로 높지 않아 ‘약한 황사’로 끝났지만 유리창이나 자동차에 누런 먼지를 남길 정도는 됐다. 기상청은 “지난달 황사는 44년 만의 가을 황사이고, 이달 황사는 81년 만의 10월 황사”라고 발표했다.

○ 건조한 여름 탓에 모래먼지 많아져

기상청에 따르면 황사 관측 이래 첫 가을 황사는 1928년 10월 29일 제주에서 관측됐다. 이어 1965년 9월 6일 전남 목포와 제주에서 다시 황사가 관측됐다. 각 지역에서 황사 관측을 시작한 해가 각각 다르지만 9, 10월 공식 기록으로는 올해 황사가 역대 세 번째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이 기간에 황사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계절에 비해 습한 여름을 보낸 직후라 황사 발원지인 중국 몽골 고비사막과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의 모래먼지 양이 봄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여름을 보내며 사막 주변에 자란 초목이 모래먼지가 날리는 현상을 어느 정도 막아주기도 한다. 또 가을철 이 지역에는 주로 서풍이 불기 때문에 위도가 한반도보다 높은 사막 지역에서 모래먼지가 발생해도 한반도까지 잘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몇 가지 기상조건들이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황사가 발생했다. 일단 올여름 고비사막과 네이멍구 지역이 다른 해보다 덥고 건조했다. 기온은 예년(17∼27도)보다 3도가량 높았다. 강수량은 평년(25∼50mm)의 절반 수준으로 모래먼지도 다른 때보다 많이 만들어졌다.

바람도 서풍이 아닌 북서풍이 부는 날이 다른 해보다 많았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 강한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바람이 동쪽으로 가지 못하고 동남쪽으로 분 것. 여기에 때마침 이 지역을 지나던 강한 저기압이 모래먼지를 하늘로 끌어올려 한반도로 모래먼지를 운반해 온 것이다.

이처럼 예년과 다른 가을 기상 상황을 보인 것에 대해 기상청은 “특별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일반적인 변화 양상”이라면서도 조심스럽게 “지구온난화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립기상연구소 전영신 황사연구과장은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현상이 건조한 곳은 더 건조해지고 강수량이 많은 곳은 더 많아지는 것”이라며 “건조한 고비사막 지역이 더 건조해지면서 앞으로 9, 10월 황사가 더 잦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황사 농도는 당초 예상보다는 많이 낮았다. 기상청이 지난달 황사 예보를 발령할 때는 “다소 짙은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달에는 “황사특보가 발령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실제 최고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달 황사가 m³당 207μg(백령도), 이달 황사가 m³당 389μg(강화)이었다. 모두 황사주의보 발령 기준(미세먼지 농도 m³당 400μg 이상인 채로 2시간 이상 지속)에 못 미쳤다. 한반도 상공으로 많은 모래먼지가 날아왔지만 대부분이 상공을 통과하고 일부만 땅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 11월엔 황사 자주 발생

겨울로 접어드는 11월에는 황사가 9, 10월보다 자주 발생한다. 기상청 기록을 보면 서울이 7회, 인천이 6회, 대전과 대구가 5회, 제주는 19회 11월 황사가 왔다. 건조한 가을을 보내면서 9, 10월에 비해 모래먼지 양이 늘기 때문이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해 평균적인 바람 방향이 서풍에서 북서풍으로 바뀌는 것도 11월 황사 발생의 요인이다. 임재철 기후예측과 주무관은 “늦가을부터 사막 지역에 눈이 내리기 전까지는 황사가 생길 수 있는 요건이 잘 형성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후 다시 겨울이 되면 모래먼지가 눈에 씻겨 황사 현상은 잘 나타나지 않게 된다.

현재 중국은 모래먼지 확산을 막기 위해 사막 지역에 군 장비를 동원해 인공강우를 만드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가을에는 공기의 아랫부분은 차갑고 윗부분은 따뜻하기 때문에 공기의 상하 이동이 없어 한번 생성된 대기오염물질이 잘 날아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농도가 옅더라도 가을 황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달 20일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 지역(원안)에서 발생한 황사의 위성사진. 그러나 이 황사는 한반도에서 일부만 지상으로 내려와 약한 황사(미세먼지 농도 ㎥당 400㎍ 미만)로 기록됐다. 사진 제공 기상청
이달 20일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 지역(원안)에서 발생한 황사의 위성사진. 그러나 이 황사는 한반도에서 일부만 지상으로 내려와 약한 황사(미세먼지 농도 ㎥당 400㎍ 미만)로 기록됐다. 사진 제공 기상청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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