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소자 ‘눈물의 편지’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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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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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저명인사-종교인 대상
거짓사연 담아 후원금 호소
편지검열 제한돼 단속 난감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복역기간을 교도소에서 다 채웠지만 벌금을 낼 수 없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체 임원인 A 씨는 최근 모 구치소에 있는 20대 K 씨로부터 ‘눈물의 편지’를 받았다. K 씨는 형기를 마쳤지만 벌금을 내지 못해 구치소 노역장에 유치된 자신의 신세를 담담히 밝힌 뒤 어려운 가정생활 이야기를 해 나갔다. 그는 “세 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20년간 외할머니 댁에서 살아오고 있다”며 “형편이 어려워 벌금을 납부할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얼마 전 외할머니 댁에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전화번호도 바뀌었다”며 “남은 벌금 200만 원을 대납해 주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꼭 갚겠다”고 다짐했다.

A 씨는 편지 사연이 하도 딱해 200만 원을 대신 내주기로 마음을 먹고 K 씨가 수감된 구치소에 사정을 알아봤다. 하지만 K 씨의 부모는 엄연히 살아있었다. 또 4차례의 범법행위로 벌금 300만 원이 부과된 상태였고, 소년범 출신으로 자주 구치소를 드나들었다.

교도소나 구치소 수감자가 사회 저명인사나 종교인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가짜 눈물의 편지’를 보낸 뒤 성금을 받아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 교정본부가 최근 전국의 각 교도소와 구치소에 직원 특별교육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리도록 긴급 지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사회 저명인사에게 ‘구걸성 편지’를 보내지 않게 재소자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당부하는 지시사항이었다.

거짓 편지로 성금을 걷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교도소와 구치소 교정직원들은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재소자의 편지를 검열하지 못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서신 검열 규정이 더욱 엄격해졌다. 자해, 신병비관, 규율위반 등의 위험 대상자로 분류된 수감자에 한해서만 편지를 검열할 수 있도록 한 것.

법무부 관계자는 “수감자가 정말로 돈이 필요한 경우 외부 후원기관과 연결해주고 있는 만큼 성금을 보내기 전에 교정당국에 먼저 문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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