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를 생각하다… 검찰, 피고소인도 챙기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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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때 참여 의견반영
피소사실 즉각 알려 방어권 보장
■ 서울 북부지법-동부지검 “국민 곁으로”

검찰과 법원이 대(對)국민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검사장 박한철)은 21일 피고소인에게 즉각 피소사실을 알려주는 ‘통지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행 법률상 검찰이 피고소인에게 피소 사실과 내용을 알려 줄 필요는 없다. 자기가 고소를 당한 사실도 모른 채 해외에 나가려다 공항에서 피소가 돼 출국금지 중인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

하지만 동부지검은 19일부터 시행된 ‘통지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고소가 접수되면 즉시 피고소인에게 서면으로 피소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이 제도는 피고소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수사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주임검사의 판단에 따라 사안이 중대하거나 긴급한 경우, 피고소인이 증거를 없애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통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동부지검은 또 서류 한 장을 떼러 검찰을 찾은 민원인부터 피해자, 피의자 모두를 대상으로 검찰 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른바 세 가지는 취하고 세 가지는 버린다는 ‘3취(取) 3사(捨)’제도다. 세 가지 취하는 것은 겸손과 경청 배려다. 버릴 것은 권위와 강압 무관심이다. 검찰을 찾은 이들에게 이 ‘3취 3사’를 기준으로 검찰 서비스를 평가하는 설문을 하고 매주 검사와 검찰 직원들이 설문 결과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업무개선 방안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검찰의 벽을 허물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피의자를 구속할 것인지 심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도 도입됐다. 서울북부지법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참여제도’를 도입해 서울·경기 내 지방법원 가운데는 처음으로 16일 관내 사기사건에 이를 적용 시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미 울산과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참여제도는 영장실질심사라고도 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 범죄 피해자가 직접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다. 참여를 원하는 피해자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 참여 및 의견진술신청서’의 ‘방청’ ‘의견진술’ 난에 신청 표시를 하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를 구속영장청구·신청서와 함께 법원에 제출한다. 판사의 최종 허락이 떨어지면 피해자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뿐만 아니라 심사과정의 피의자에게 직접 질문도 할 수 있고 구속에 대한 의견을 낼 수도 있다. 북부지법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피해자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피해자에게 신청을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은 심문참여제도를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는 법원은 많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대적으로 피해자 보호에는 소홀한 면이 있었는데 이번 제도는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고 절차 참여권을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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