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영어마을’ 다문화 체험시설 전환 검토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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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0곳 난립해 운영난… 파주캠프 연40억대 적자

경기도가 교육생 감소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영어마을을 다문화 교육 및 체험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영어마을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한국외국어대에 용역을 발주했다”고 15일 밝혔다. 도는 영어교육과 영미권 문화 체험에 국한됐던 영어마을을 이른바 ‘글로벌 빌리지’로 바꾸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영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다문화 다언어’ 교육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영어마을이 있는 안산 파주시 등지에 외국인이 많다는 점도 고려됐다. 도는 올해 말 끝나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 기로에 선 영어마을

영어마을은 2004년 8월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영어교육 전용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한 첫 사례. 이어 2006년 4월 외국의 거리와 건물을 재현한 파주캠프가 선보이면서 전국적으로 영어마을 ‘붐’이 일기 시작했다. 현재 경기지역에 10곳을 비롯해 수도권에만 14곳이 있고 전국적으로 30곳 가까운 영어마을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영어를 저렴하게 배운다’는 영어마을이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상당수가 교육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의 경우 개원 첫해 2만1956명의 교육생이 몰렸고, 2007년에는 3만3209명이 찾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만7841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8월 말까지 1만3949명에 그쳤다. 안산캠프 역시 2006년 1만4682명에서 2007년 1만2686명, 2008년 9111명, 올해는 7738명(8월 말 현재)에 그쳤다. 이 때문에 파주캠프는 2007년 이후 매년 40억 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안산캠프도 민간위탁 이후 규모는 줄었지만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영어마을은 전문대를 운영하던 한 교육재단이 캠퍼스를 활용해 위탁 운영 중이다. 그러나 교육비를 지원하는 시가 재정부담 때문에 교육생 수를 제한하면서 오히려 영어마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현아 경원대 국제어학원 교수는 “한 학기에 한두 번 교육을 받는 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며 “지역사회 곳곳에 소규모 시설을 만들어 학교와 연계한 영어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변화만이 살길

모든 영어마을이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다. 차별화된 운영으로 교육생을 끌어모으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경기영어마을 양평캠프는 1회성 관람객을 받지 않는 대신 철저하게 교육생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반인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양평캠프 교육생은 지난해 1만3288명에서 올해 8월 말 1만7672명으로 늘었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320억 원을 투입한 부산 글로벌 빌리지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 지하철 2호선 부암역 근처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대구와 인천은 지역 대학이 자체 교육시설을 이용해 영어마을을 운영하면서 초기 투자비를 최소화했다.

이길영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경기영어마을이 영어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제는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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