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사립초교에 넣을까? 공립으로?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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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립초등학교의 2010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가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된다. 학부모는 고민이다. 공립과 사립 중 어떤 곳이 아이에게 좋을지, 영어몰입교육이다 예체능 특성화수업이다 영재교육이다 해서 각기 다른 특성을 내세운 사립초교 중 어떤 곳을 선택해야할지….

한 번 선택은 자녀의 초등 6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 망설이고 있다면 다음을 주목하자. 사립초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기반으로 ‘사립초교 선택 전 반드시 확인해야할 7가지’를 조목조목 알려주었다.》

‘선배 맘’ 조언을 많이 들어야 ‘후회없는 6년’
아이 성향에 맞나?… 수업료는?… 꼭 따져야 할 6가지 선택 조건

【1】인성 vs 학습 vs 예체능, 내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는?

우선 학교별로 중점 교육가치로 내세운 특징과 특성화 프로그램(표 참조)을 살펴보자. 학교의 특성이 자녀의 성향, 부모가 지향하는 바와 잘 맞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많은 사립초교가 영어몰입(이머전)교육과 수준별 영어수업을 한다. 서울 영훈초교는 모든 학급에 한국인교사와 외국인교사가 배치돼 전 과목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은석초교, 동광초교는 한 반을 수준별로 나눠 영어수업을 실시한다. 서울 경기초교, 성동초교, 신광초교 등은 중국어 수업을 진행한다.

리더십, 창의력 수업, 예체능 교육 등 교과 외 가치와 활동을 중시하는 사립초교도 많다. 서울 경복초교, 리라초교는 리더십을, 서울 계성초교, 숭의초교는 인성교육을 가치로 내세운다. 서울 세종초교는 전교생에게 리듬체조를 가르친다.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초교는 국제 규격 인라인 스케이트 전용 경기장을 보유하고 스케이트 수업을 한다. 서울 홍대부속초교는 교내 오케스트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사립초교가 1인 1악기 교육을 실시한다.

아들 장루이 군(9·서울 동광초교 3)을 둔 이은희 씨(39·서울 동작구 신대방동)는 “집에서 가까운 사립초교 두 군데와 천주교 재단이 설립한 사립초교 한 곳을 두고 끝까지 고민했다”면서 “아이가 하나뿐이어서 학교에서 예절, 배려심, 리더십을 배우길 바랐기 때문에 인성교육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귀님 씨(45·광주시 북구)는 언어감각과 수학·과학적 사고력이 남달랐던 아이의 재능을 잘 키워줄 사립초교를 찾았다. 1학년 때부터 영어 수준별 수업을 하고, 수학 상위 15% 학생을 선발해 하루 3시간 주 4회 방과 후 수학수업을 실시하는 광주송원초교를 선택했다.

【2】‘선배 엄마’의 조언을 구하라

사립초교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학부모 모임 카페, 언론에 노출된 학교 관련기사, 학교 홈페이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교 설명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 직접 학교를 찾아 운동장, 교실, 복도, 급식시설 등을 꼼꼼히 살피는 학부모도 있다.

가장 중요한 판단의 근거는 자녀를 그 학교에 이미 보낸 ‘선배 엄마’들의 조언이다.

외동딸을 지난해 사립초교에 보낸 홍선영 씨(39·서울 양천구 목동)는 “일단 아이를 (특정 사립초교에) 보내본 엄마들이 ‘별로…’라고 하면 굳이 비싼 돈 들여서 보낼 필요가 없다”면서 “지명도만으로 학교를 선택하지 말고 직접 겪어본 선배 엄마들에게 학교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듣고 판단하라”고 말했다. 홍 씨는 포털 사이트 학부모 모임 카페에 자신의 거주지를 밝힌 뒤 ‘내 아이를 위해 어떤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를 공개적으로 질문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선배 엄마들을 수소문해 조언을 구한 뒤 학교를 결정했다.

【3】학교에만 월 100만 원, 6년 동안 가능할까?

경제적인 측면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립초교는 분기별로 등록금을 낸다. 지역, 학교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80만 원에서 최대 170만 원에 이른다. 입학금은 대부분 100만 원 안팎. 급식비, 통학버스비, 방과 후 수업비 등 등록금 외에도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영어몰입교육, 예체능 수업 등 사립초교의 다양한 특성화교육을 감안하면 비용을 감수할 만하다고 하는 학부모가 다수. 하지만 정작 사립초교에 아이를 보내도 사교육은 사교육대로 시키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홍 씨는 “학비, 스쿨버스비, 급식비와 플루트, 유도, 골프 등 방과 후 학습 비용까지 합하면 한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비용만 월 100만 원”이라면서 “자녀가 둘 이상인 가정은 6년 동안 비용을 지원할 수 있을지를 미리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큰아이 여정우 군(12·서울 충암초교 6)을 사립초교에 보낸 이화민 씨(39·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아이를 인근 공립초교에 보낼 계획이다. 이 씨는 “여자아이라 멀리 보내고 싶지 않고 인근 공립초교도 사립 못지않게 훌륭한 곳이 많다”면서 “둘째는 가까운 공립에 보내면서 다른 다양한 활동을 접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1시간 넘는 통학시간, 자녀는 지친다

원하는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통학거리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30분∼1시간 거리를 매일 버스로 오가는 것은 초등생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장거리 통학으로 몇 개월 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는 학생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은희 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5학년 여자아이가 통학이 힘들어서 매일 코피를 쏟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사립학교는 학습량이나 과제도 많은 편이기 때문에 통학시간까지 길면 아이는 늘 피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배우고 싶어 했던 학원 수업을 등록 못한 경우도 있다. 공립초교 학생에 비해 귀가 시간이 2시간 이상 늦기 때문에 공립초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시작하는 집 근처 학원의 수업에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5】교사의 세심한 관심 가능

학부모들은 “교사가 학생에게 세심하게 관심을 갖는 것은 사립초교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년별로 2∼5학급인 사립초교는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신경 쓸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

이화민 씨는 “3학년 때까지 아이에게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고 학업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담임교사가 먼저 정우의 수학적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조언했다” 말했다. 홍선영 씨는 “선생님의 잦은 칭찬과 격려 덕분에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랑받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것 같다”면서 “한 달에 한 번씩 교사가 모든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아이의 수업태도나 변화한 점 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6】워킹 맘 ‘학교 못 가도 걱정 없어요’

자녀가 학교에 있는 시간이 공립에 비해 길고 학교일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워킹 맘’에게 사립학교는 만족스러운 선택이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의 비율은 한 반에 50∼60% 정도이다. 공립초교에서 엄마들이 돌아가며 맡아야 하는 급식, 청소, 교통지도도 학교에서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 회사원인 홍선영 씨는 “학교활동에 협조하지 않아서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고 학교활동에 참여하지 못해서 다른 엄마들로부터 소외되면 어쩌나 하는 스트레스도 없다”고 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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