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최고과학기술인상 받은 서울대 강석진교수

  • 입력 2009년 9월 16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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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이트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16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왠지 수학은 피하고 싶고, 어려운 과목으로 통합니다. 하지만 히말라야에 오르는 산악인처럼 수학자들은 험난한 문제에 묵묵히 도전합니다.

(김현수 앵커) 세상이 몰라줘도 순수 학문이 언젠가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석진 교수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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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해 보입니다.

대학 새내기들과 함께 춤을 추고, 단과대 축구부 감독 직함을 자랑스러워합니다.

하지만 머리 속엔 언제나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로 가득합니다.

(인터뷰) 강석진 교수 / 서울대 수리과학부

"때에 관계없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사실이고, 다만 필요조건은 항상 그거를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어야 하고, 웬만큼 집중해선 안 되는 것 같아요… 샤워할 때도 떠오르고, 잘 때도 떠오르고, 대부분 꿈속에서 풀죠, 다음날 풀어보면 다 틀렸고, 하하"

강 교수는 최근 '리(Lie) 대수학'에서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제시한 공로로 올해의 대학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상을 받은 순수 수학자는 손에 꼽습니다. 수학의 순수한 마음을 지키겠다며 지난 7월에 열린 시상식에선 수상소감으로 유치환 시인의 '깃발'을 읊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응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공부하는 것들이 사실은 훨씬 더 많이 응용이 된다는 것을 이미 역사가 증명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그냥 학문 자체를 맑은 마음으로 대하는 게 더 깊고, 나중에 또 보답이 많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강 교수의 어린시절 꿈은 축구선수였습니다.

신문에서 선수들 이름을 읽으려 한자를 배웠고, 한자음은 '차범근 범', '이회택 택', 이런 식으로 외웠습니다.

국어학자인 아버지와 한문학자인 어머니는 기막혀 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위당 정인보 선생. 그야말로 학자집안의 장남이니, 경기에 나갈 때마다 집에는 비밀이었습니다.

(인터뷰)

"제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진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도저히 가망이 없더라고요. 이 실력으로는."

그 무렵 눈에 들어온 게 수학. 맞고 틀린 게 분명해 매력적이었습니다.

(인터뷰)

"중학교 2학년 때 명제와 집합, 삼각형 합동을 할 때 너무 재밌었어요. 증명을 쫙쫙 한 다음에, 따라서 하고 점 세 개 찍을 때의 그 짜릿한!"

그래도 축구에 대한 '짝사랑'은 멈추지 않습니다. 축구공 위의 수학자'란 책을 쓰고, 언론사에 축구 글을 기고하고, 자연대 축구부 감독 자리를 절대 사수합니다.

하지만 거대한 수의 체계 앞에 열등감도, 쾌감도 주는 수학이 역시 1순위.

수학계의 올림픽, 국제수학자대회의 유치위원으로 어렵게 2014년 한국 대회 유치를 도왔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그러했듯, 이 대회가 국내 '수학 문화' 수준을 올려주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축구 꼭 이겨야 돼, 이런 것보다 즐기는 게 중요한 것처럼, 보통 사람들이 수학의 기쁨을 알고 느끼고 즐기고 누리고 이런 문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개발도상국의 학자들을 초청하기 위해 모금활동도 하고, 얼마 전 자신이 상금으로 받은 3억 원의 일부를 내놓았습니다.

강 교수의 꿈은 시처럼 아름답게 증명을 정리해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겁니다.

(인터뷰)

"저는 아직 '아임 스틸 헝그리(I am still hungry)', 아직 제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았어요."

동아일보 김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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