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황복·참게철에” 속타는 임진강 어민들

  • 입력 2009년 9월 10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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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하다 못해 죽고 싶을 뿐이지. 요즘엔 하루 종일 강물만 쳐다보다 집에 들어와.."

지난 6일 북한의 댐 방류로 생계수단인 어구를 몽땅 강물에 떠내려 보낸 임진강 어민 김종태(61)씨는 10일 속 타는 심정을 이같이 털어놨다.

2001년 북방한계선 이북 임진강 본류에 '4월5일댐'이 완공된 뒤 북한의 예고 없는 댐 방류로 매년 피해가 반복돼 자치단체나 정부 관련부처를 찾아가 여러차례 대책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보상은커녕 아무 조치도 없었다.

북한의 댐 방류는 자연재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복구비 등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특히 북한의 댐 방류가 황복과 참게가 한창인 봄과 가을에 이뤄져 어민들은 더욱 애를 태워야만 했다.

올해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6일 두 차례, 2007년에는 5월 한 차례, 2006년에는 5월과 6월 각각 한 차례, 2005년과 2002년에는 9월에 한 차례씩 모두 7차례 북한에서 댐을 방류했다.

이 때마다 어민들은 적게는 수 천만원, 많게는 1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민들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주 소득원인 황복(봄철)과 참게(가을철)가 한창 나오는 시기에 댐 방류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어구가 떠내려가면 찢어진 그물을 건져내고 새 그물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보통 보름씩 걸리기 때문에 아예 고기를 잡지 못한다.

임진강에서 조업이 가능한 기간은 1년에 7∼8개월로 올해 두 차례 댐 방류가 이뤄지면서 한 달은 고기를 못 잡게 되는 셈이다.

김씨는 "참게가 주로 잡히는 요즘 같으면 하루 40만∼50만원 벌이가 된다"며 "참게가 매번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조업을 못하는 만큼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고기를 못 잡아 입는 피해는 고사하고 어구 피해라도 보상을 받으려 시나 관련 부처에 찾아가 하소연도 했지만 서로 떠넘기기만 할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이제는 피해를 봐도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어민들이 바라는 것은 두 가지.

정부가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댐 방류 2∼3일 전에 미리 통보를 해 줘 어민들이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적절한 보상 규정을 만들어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파주 파평선단을 이끌고 있는 최영선(61)씨는 "북한에서 미리 댐 방류 시기를 알려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최소한의 피해 보상은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처럼 통보 없이 새벽에 댐을 방류하면 어민들은 꼼짝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영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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