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경쟁력 19위… 6단계 추락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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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력’부문 133개국중 131위
세계경제포럼 발표

고용과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 전투적 노조 등 한국의 고질적 노사문제가 올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았다. 스위스에 있는 민간 경제기관인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올해 한국은 지난해보다 6단계 하락한 19위로 조사됐다. 노사협력 등 노동 부문의 경쟁력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WEF가 8일 발표한 ‘2009년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33개국 중 19위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134개국 중 13위였다. WEF는 1979년 이후 매년 국가경쟁력을 발표하는데 3대 부문 아래 12개 세부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5월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1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경제통계치를 약 7 대 3의 비율로 반영해 계산했다.

부문별로는 △경제 전반의 제도 및 인프라를 나타내는 기본 요인에서 7단계 하락한 23위 △효율성 증진 부문에서 5단계 하락한 20위 △기업혁신 및 성숙도 부문에서 6단계 하락한 16위였다.

12개 세부 부문 중에는 노동시장 효율성(84위), 금융시장 성숙도(58위), 제도적 요인(53위)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기업혁신(11위), 시장규모(12위), 적극적인 기술수용(15위) 등은 강점으로 꼽혔다.

구체적인 110개 조사항목을 보면 노사협력(131위)과 해고비용(109위), 고용 및 해고관행(108위)을 비롯해 노동 부문의 경쟁력이 최하위권으로 나왔다. 정책에 대한 인지도(100위),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98위), 은행 건전성(90위)도 성적이 낮았다. 현 정부가 ‘친(親)기업’을 줄기차게 강조했지만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은 지난해 24위에서 올해 98위로 크게 떨어졌다.

이대희 기획재정부 경쟁력전략팀장은 “WEF가 경쟁력을 조사한 5월 당시 쌍용차 파업 등으로 노동시장이 크게 불안정했고 1분기 혹은 지난해 데이터를 사용하다 보니 은행 건전성도 안 좋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WEF 조사에는 CEO 대상 설문조사의 결과가 중요하게 반영되는데 5월경 경제위기 상황이 누적되면서 설문에 응한 국내 기업 CEO들이 정부와 각종 제도를 낮게 평가한 것도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WEF는 “한국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루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과 행정 분야의 각종 규제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스위스는 지난해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이어 미국, 싱가포르, 스웨덴, 덴마크 등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가 3위, 일본이 8위, 중국이 29위를 차지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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