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효과 없다”

  • 입력 2009년 8월 20일 21시 56분


선행 학습을 받은 학생이 대입을 앞두고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교육 시민 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선행 학습 효과를 묻는 연속 토론회를 12일부터 열고 있다.

지금까지 두 차례 토론에서 '진도 앞지르기'로 대표되는 선행학습은 별 효과가 없고 학업 성취에 해롭다는 데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선행 과목이 필수처럼 인식된 수학 과목이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열린 1차 토론회에서 이종태 한국교육연구소장은 한국교육개발원 시절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선행 학습 중심 사교육에 지나치게 익숙한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 상위권을 유지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두고는 오히려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학원 진도에 맞추다 보면 같은 진도에서 더 어려운 문제를 혼자 풀지 못하고 '구경하는 수학'에 머물기 때문에 사고력이 꼭 필요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힘을 쓸 수가 없다"며 "선행학습보다 이미 배운 내용에 대한 심화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원 행복한 교육연구소장도 "중학교 때는 정해진 시험 범위를 누가 더 단 시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하느냐를 측정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적된 학습 결과와 사고력을 묻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시험에는 맥을 못 춘다"며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은 걸림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행학습이 불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 학생은 '선행학습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 소장 등은 '착시 현상'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선행학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원도 시험 때가 임박하면 학교 진도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며 "이 부분이 점수를 높이는 효과를 줬을 뿐 선행 학습 때문에 성적이 오른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9일 열린 2차 토론회의 주제는 '학원이 선행학습 중심 사교육을 선호하는 이유'였다. 역시 중학교 수준을 뛰어 넘는 특목고 입시 체제가 비판을 받았다. 또 고1 수학 과목 난이도가 중3과 비교할 때 너무 갑자기 오르는 것도 선행 학습을 부추기는 이유로 꼽혔다. 사교육 관계자들을 중심으로는 "선행학습을 하면 학원이 당장 성적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된다. 선행 학습을 해야 학생을 장기간 학원에 붙들어줄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26일 열리는 3차 행사에는 수학 학원 원장 등이 참석해 '수학 선행 학습의 실태'에 대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황규인 기자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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