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자녀를 공부로 돌아오게 하려면…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6분


개학 전후 무기력증 빠진 중고등학생 자녀
“공부 좀 해라” 잔소리 되레 역효과!

중·고등학교가 이번 주부터 슬슬 개학을 맞고 있다. 개학 전후에는 어딘지 느슨하고 무기력해져서 공부에 쉬이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개학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배탈이 나기도 하고, 생활리듬이 깨어져 아침에 못 일어나는 바람에 부모와 충돌하기도 한다. “학교 가기 싫다”,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하는 횟수도 눈에 띄게 늘어난다.

개학 전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자녀의 마음을 다잡아서 공부에 몰입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2학기 공부 전반에 큰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자포자기해버릴 수도 있다. 박동혁 한국가이던스 심리학습센터 마음과배움 소장의 도움을 받아 ‘개학 전후 중·고등학생 자녀를 공부로 돌아오게 하는 법’을 알아봤다.

Step 1. 책상 앞에 앉히기

심리학 실험 가운데 ‘학습적 무기력’과 관련된 것이 있다. 개들을 묶어 놓고 전기 충격을 계속 가한다. 처음에는 발버둥을 치던 개들은 점차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목줄을 풀어줘도 도망갈 생각을 않게 된다. ‘무기력을 학습한’ 것이다.

자녀가 개학 후에도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잔소리부터 멈춰야 한다. ‘학습적 무기력’만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계속 공부하라고 닦달하거나 휴대전화, 컴퓨터 사용을 금지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오히려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기대수준을 낮춰야 한다. 자녀에게 틈틈이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고, 생활 속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찾아 칭찬을 많이 해주자. 공부 이외에 자녀가 잘하는 것을 하게 해주고 스스로 ‘아, 나도 이런 건 잘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해줘야 한다. 한번 자신감이 생기면 점차 공부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돌리기 때문이다.

자녀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자녀도 ‘부모님이 나를 사랑해주시는구나’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는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자녀의 공부계획을 짜주자.

처음에는 너무 무리한 계획을 잡지 말고 학교, 학원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남는 시간의 20%만 공부에 쓰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집중력이 떨어져 있을 경우 30분씩 나눠 여러 번 공부하게 해야 한다. 자녀 스스로도 2학기 목표를 짜게 해야 한다. 목표는 너무 높게 잡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잡고, 목표에 맞춰 다시 월간, 주간, 일간 공부계획을 짜야 한다.

슬럼프에 빠졌을 땐 공부계획을 복습 위주로 짜는 것이 좋다. 복습을 잘하려면 △수업 △필기 △문제풀이의 세 과정을 꼼꼼히 거쳐야 하는데 이것만 하기도 만만치 않다. ‘그날 배운 것을 그날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마음가짐을 갖고, 이해가 안 된다면 EBS 강의, 과외, 단과학원을 통해 부분적으로 보충한다. 선행학습은 안 하는 것이 좋다.

Step 2. 공부 집중도 높이기

책상 앞에 앉혔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슬슬 학습효율을 높여나가야 성공적인 2학기를 보낼 수 있다. 먼저 책상 앞에 자신이 쓴 목표와 공부계획을 붙여 놓도록 하자. 집중은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자녀의 책상 앞에 앉아보고 지저분하게 눈길을 끄는 물품들을 치우자. 만화책, 잡지, 사진, 거울, MP3플레이어 등은 대개 공부에 도움이 안 된다. 심지어 책상 근처에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둔 자녀도 있다. 공부 시간에는 이런 물품이 눈에 보이지 않도록 미리 정리해둔다.

다음으로 자녀가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재본다. 어떤 학생은 30분이 한계이고, 어떤 학생은 두 시간 넘게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다. 육상 경기에서 단거리 선수와 장거리 선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30분밖에 집중할 수 없는 자녀라면 30분씩 나눠 여러 번 공부하게 만들면 된다.

공부할 때는 학교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처럼 10∼15분 쉬는 시간을 정해둔다. 잠깐이라도 쉬면 집중력이 회복된다. 단, 이때는 절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켜게 해서는 안 된다. 쉬는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도 요령이 있다. 맨손 체조를 하거나, 세수를 하거나, 음료·과일 등 간단한 간식을 먹거나, 음악을 두 곡 정도 듣는 것이 적절한 휴식법이다. 자녀가 공부하기로 정해놓은 시간에는 온 가족이 함께 도와줘야 한다. 부모는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신문을 읽고, 동생들도 떠드는 대신 책을 읽도록 한다. 그래야 중·고등학생 자녀도 마음 편하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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