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여름딸기 “전량 일본으로 갑니다”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무농약 재배… 수작업 포장
수확 다음날 비행기로 운송
작년 150t 생산 16억 매출
“올해 180t 목표 달성 거뜬”

나는 딸기다. 진짜 이름은 ‘플라멩코’지만 사람들은 나를 ‘여름딸기’라고 부른다. 나는 여름에도 서늘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내가 자랄 수 있는 곳은 고랭지 몇 곳뿐. 4월이면 정식(장기간 재배될 포장에 그 작물의 묘나 구근 등을 심는 일)되고 5월부터 12월까지 빨간 열매를 맺는다. 신맛이 강해 맛은 떨어지지만 보통 딸기보다 단단해 모양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쓰임새는 ‘맛보다 모양’이다. 케이크를 비롯해 각종 빵의 장식용으로 쓰인다. 나의 또 다른 이름은 ‘데코레이션 딸기’다.

○ 수확 다음 날 비행기로 일본행

요즘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는 여름딸기 수확이 한창이다. 수확된 딸기를 다음 날 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인부들은 쉴 틈이 없다. 아직 무더위가 시작되지 않은 오전 시간인데도 이마에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인부들은 75∼85% 숙성된 딸기만 딴다. 그래야 운송을 거쳐 일본 고객의 입에 들어갈 때는 완숙 상태가 된다.

오전에 수확된 딸기는 오후에 선별과 포장 작업을 거친다. 딸기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방 장치가 가동된 작업장은 추울 정도. 작업자들은 비닐장갑을 낀 채 딸기 하나하나를 크기별로 상자에 담아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는다. 약간의 충격에도 모양이 상할까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마치 전자제품 공장에서 조립 부품을 다루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포장된 딸기는 다음 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다. 등외품을 제외한 전량이 일본 제과업체에 수출된다.

○ 지난해 150t 생산해 16억여 원 매출

대관령에서는 2002년부터 여름딸기가 재배됐다. 국내 한 유통업체가 대관령의 서늘한 기후가 여름딸기 재배에 적합하다며 농민들에게 제의한 것이 시작이었다. 일본 업체 기준에 맞게 생산하면 전량 계약 재배한다는 좋은 조건이었다.

이에 따라 15농가가 대관령여름딸기영농조합을 만들어 재배를 시작했다. 10ha(약 3만 평)의 비닐하우스 시설과 선별장을 만들었고, 재배기술도 익혔다. 평창군농업기술센터와 일본 업체가 파견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다. 수출 작목이라 평당 20만 원의 시설비 가운데 절반을 국비, 도비, 군비로 지원받았다.

2002년 시험재배를 거쳐 2003년 첫 재배에 나섰다. 일손이 많이 들었지만 생산량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무농약 재배에다 수확한 딸기를 일일이 손으로 선별하고 포장하는 과정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사정이 나아졌다. 2007년 120t을 생산한 데 이어 지난해 150t을 생산해 약 1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가 대부분이 여름딸기 외에 다른 농작물을 재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올해 목표 생산량은 180t으로 19억∼2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이런 추세면 머잖아 200t 생산도 가능하다.

영농조합 황석진 간사(45)는 “초기엔 까다로운 일본 기업의 조건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며 “농가들이 여름딸기를 국내에서 처음 재배했고 전량을 일본에 수출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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