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 일제 잔재 벗겨낸다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왜곡 변형된 주요건축물 복원… 6년간 200억 투입

일제강점기 때 왜곡 또는 변형된 범어사의 주요 건축물이 전통 건축양식에 맞게 복원된다. 부산시는 13일 이 사업을 위해 2014년까지 2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범어사에 남아있는 일본풍 건축양식으로는 보제루(普濟樓)가 대표적이다. 원래 사방이 뚫려 있었지만 일본식 여닫이문과 회벽으로 막혔다. 보물 250호인 삼층석탑 앞에는 조선총독부가 문화재로 지정했다는 푯말과 일본식 난간석이 있다.

조경도 일본풍이 적지 않다. 대웅전 앞은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금송이 버티고 있고, 천왕문∼불이문에는 일본나무인 편백과 삼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이들 건축물과 나무는 1910년 이전에 촬영한 사진에는 볼 수 없는 것들로 일제가 민족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1927년부터 왜색화(倭色化)를 진행했다.

부산시는 광복 64주년을 이틀 앞둔 13일부터 2011년까지 1단계 공사로 보제루를 1700년대 창건 또는 1812년 중건 때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종루(鐘樓·종을 다는 누각)와 7층 사리보탑도 원래 자리로 옮기기로 했다. 이날 범어사에서는 첫 번째 행사로 조선총독부 표지석과 삼층석탑을 둘러싸고 있는 난간석을 뽑았다.

범어사 주지 정연 스님은 “범어사의 가람 배치를 복원하는 것은 민족문화를 회복하는 문화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18년(678년) 의상대사가 창간한 사찰로 임진왜란 때는 승병의 훈련장 역할을 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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