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中관광객 발끊어”싸구려 투어 연내 퇴출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정부-관광공사 대책마련

중국인 A 씨는 지난해 12월 1인당 30만 원짜리 4박 5일 여행상품으로 서울을 찾았다가 기분만 상해 돌아갔다.

숙소가 서울 도심과 떨어진 경기 의정부시 유흥가 근처여서 시내 야경을 보기는커녕 취객들 소란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서울 시내 관광도 롯데월드 등을 제외하면 청계광장이나 인삼 쇼핑 등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장소로만 구성됐다. 심지어 A 씨 일행 중 몇 명은 중국돈 180위안을 추가로 내는 통일전망대 옵션 투어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처 도로에 강제로 내려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 다른 중국인 B 씨는 식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패키지 여행은 숙박한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여행상품은 모두 외부 식당에서 설렁탕 등 단품 요리만 제공했다고 한다. 또 찜질방 체험으로 한나절 이상을 보낸 것도 불만이었다.

이처럼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싸구려 한국 관광상품의 폐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저가(低價) 관광상품 근절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중국 전담여행사와 중국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쇼핑센터 10여 곳의 상품 판매 현황, 쇼핑 가격, 수수료 등을 집중 점검하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문화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가 있는 여행사에 대해 연말까지 중국 전담여행사 지정을 취소하는 한편 ‘싸구려 여행상품’을 퇴출시킬 제도적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관광공사가 지난달 중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여행상품을 조사한 결과 총 135개 상품 가운데 105개(77.8%)가 저가상품이었다. 항공료를 제외한 숙박비, 식비, 관광지 입장료 등을 포함한 가격이 1인당 하루 평균 약 5만 원을 밑돌면 저가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저가상품은 항공료나 숙박비 는 거의 원가로 제공하고 관광객들에게 각종 옵션이나 쇼핑을 강요해 이익을 남겼다. 실제 중국 관광객이 많이 구매하는 인삼은 판매 가격 25만 원 중 여행사가 받는 수수료가 15만 원에 이르렀다. 인삼 가격의 60%가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업계 자율결의를 통해 우선 인삼 제품의 여행사 수수료를 판매가의 40% 미만으로 내리도록 유도하고, 단계적으로 20%까지 줄일 계획이다. 수수료 인하 대상 품목도 화장품, 김치 등으로 계속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업체들의 자율결의를 감독할 자체전담반도 구성한다. 또 중국인 관광객을 가장한 ‘암행 모니터링’을 통해 실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연말까지 우수 여행상품 인증제 등 ‘싸구려 여행상품’을 퇴출시킬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건전한 관광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모범적인 여행상품이나 쇼핑센터에 대한 정부인증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지금도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전담여행사 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여행 질서를 문란하게 한 여행사에는 점검을 거쳐 지정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000년 44만3000여 명에서 꾸준히 늘어나 2007년 106만9000명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작년 동기보다 8.2% 늘어난 60만5000명이 한국을 찾았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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