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노조 “모든 가능성 열고…” 차선책 모색?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무급-순환휴직’ 등 언급… “파국 안된다” 여론에 신경

경찰 “석궁 추정도구 발견”… 폭력행사 외부인 엄단 방침

■ 노사 오늘 교섭재개

쌍용자동차 노사가 교섭 중단 36일 만인 25일 머리를 맞댄다. 파국으로 치닫던 쌍용차 사태의 향방이 이날 교섭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양측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낙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파산 또는 강제진압에 따른 대규모 인명피해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데다 노사 모두 부담이 커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협상 재개에 전망 엇갈려

쌍용차 사측은 25일 예정된 당사자 교섭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24일 열린 노사정 대책회의에서도 정갑득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이 ‘순환휴직’ 등은 언급했지만 총고용 보장 등 기존 핵심 주장에서는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 사측 관계자는 “노조가 총고용을 전제로 한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떠한 대화도 무의미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도 대화 재개에 합의하면서 정 위원장과 한상균 쌍용차지부 위원장이 전체 노조원들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올 것을 요구했다. 사측이 이날 대화에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노조도 겉으로는 기존 의견을 고수했다. 이날 정 위원장은 “이미 1800여 명이 희망퇴직한 상황이다. 총고용 보장은 무너졌다”며 그동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순환휴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 엇갈리는 노사 쟁점

노사간 쟁점은 총고용 보장과 회생 방안에서 극명하게 엇갈린다. 노조는 파업 초기부터 전체 인력의 약 37%인 2646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철회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 대신 무급휴직이나 순환휴직 등 일종의 ‘잡 셰어링’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가 한 명의 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 방안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크다. 사측은 9월 15일까지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회생계획안을 내놓으려면 잉여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수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조는 주력 신차모델인 C200 생산라인이 공사 중인 데다 생산물량을 계획대로 맞추려면 오히려 현 고용 인력을 모두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 사제 총알에 석궁까지 등장

노사정 회의가 열리는 동안에도 공장 안팎에서는 경찰과 노조의 충돌이 계속됐다. 경찰은 전날에 이어 도장공장 옆 조립라인 등 공장 시설 추가 확보에 나섰다. 강제진압을 위해서는 공장시설 추가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곳을 이용해 도장공장 주변에 설치된 작업용 선반 같은 방해물을 제거해야 경찰력이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1000여 명을 투입해 진입을 시도했다. 노조는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경찰은 오후 4시경 차체공장과 신차(C200)조립공장 확보에 성공했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이날 “농성장에서 활 또는 석궁으로 보이는 시위도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도구가 강제진압 때 사용할 수 있는 단거리 공격용으로 보고 있다. 또 사제총알로 추정되는 구리 탄두형 발사물에서는 폭죽 등에 사용되는 화약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인명살상이 가능한 시위도구 제작과정에 외부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청장은 “이탈자들에 따르면 노조원들은 화염병 만드는 방법도 제대로 모른다고 해 외부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에 상관없이 이런 부분은 철저히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사측은 이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회사가 정한 의료진에 한해 평택공장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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