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상품권 편법 처분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사용불편해 인터넷서 현금화 시도 늘어

“희망근로 상품권 팝니다. 전주에 사시는 분만 연락주세요.” “희망근로 상품권 아시는 분만 사시기 바랍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가자의 급여로 지급되는 상품권이 인터넷에서 현금으로 거래되고 심지어 ‘상품권깡’ 업자까지 등장하면서 당초 정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11월까지 1조707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투입되는 올해 최대 규모의 일자리 창출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6월부터 시행한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급여(최대 89만 원) 중 30∼50%를 재래시장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리고 지역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상품권 사용이 불편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등 각종 편법이 판치고 있다.

21일 한 포털사이트의 중고용품 거래 카페에는 희망근로 상품권을 현금화하고 싶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14만 원어치를 13만 원에 판다’는 경남 김해시의 판매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맹점 수가 적은 데다 시장에 갈 일도 없어 다 쓰기 힘들다. 매달 나오니 애물단지”라고 말했다.

일부 가맹점은 희망근로 참가자의 처지를 악용해 10만 원어치를 내면 현금으로 9만 원만 돌려주기도 한다. 기자가 서울시 가맹점 리스트에서 무작위로 10곳을 고른 뒤 “10만 원어치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고 싶다”고 문의한 결과 거절한 곳은 세 곳뿐이었다. 두 곳은 현금화의 대가로 2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관련법이 없어 이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희망근로 참가자들이 상품권 받기를 꺼리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상품권 사주기 운동’을 벌이거나 공무원 격려금을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대신 현금을 희망근로 참가자들에게 지급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정책 실패를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공무원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최부현 인턴기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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