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려-연세大 1964∼2009년 학과 인기도 살펴보니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물리 ‘뚝’… 의예 ‘쑥’… 法은 ‘쭉’
학과별 예상합격점수 분석
80년대 대학수석 나오던 물리 ‘실용’ 중시 흐름 속 위상 추락
60년대 중위권 의예-치의예 생활수준 높아지며 최상위로
80년대 이후 신방과 급부상 생물-화학 의전원 효과 ‘부활’

대학 학과의 인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시대에 따라 변했다.

1960, 70년대 학번 사이에서는 화학공학의 인기가 높았다. 비료회사나 화학회사가 최고의 직장이었다. 1980년대는 전자공학, 제어계측을 비롯한 공학과가 인기를 얻었고 자연과학분야의 경우 서울대 물리학과가 최고의 수재들이 몰리는 학과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직장의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학과 선택의 기준은 ‘실용’으로 선회했다. 1960, 70년대 서울대 인문계열에서 경제·경영학과가 법대를 앞서기도 했지만 1980년대 이후 쭉 법대의 인기가 높았다.

동아일보가 1964학년도부터 2009학년도까지 진학사가 발행하는 ‘진학’ 잡지에 공개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른바 SKY대) 학과(계열)별 예상합격점수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분석의 기초가 된 예상합격점수는 실제 합격점수와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45년간의 경향성 파악에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같은 대학, 같은 계열 학과의 상대적 순위 위주로 살펴봤다.



○ 의학·치의학의 놀라운 상승

1964학번이 서울대에 진학할 당시 진학사의 예상합격점수로 본 의예과의 순위는 자연계열에서 중위권이었다. 기계공학이나 화학공학, 섬유공학과 등 공대 대부분의 학과보다 순위가 낮았다. 1965년에도 의예과 앞에 화학공학과와 화학과, 물리학과, 조선공학과 등이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64학번인 신상영 KAIST 교수는 “당시에는 공업 부흥과 함께 화학공학의 인기가 대단했다”며 “서울대 공대의 중위권과 의예과의 수준이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연세대에서는 1964년 이후 4, 5년간 계속 의예과가 1위였다.

치의예과도 1960대와 70년대 초반엔 중위권에 머무르다 1970년대 후반부터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1967년 치의예과는 기초학문인 수학과보다 예상합격선이 낮았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치과 치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사회적 변화와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기초과학의 상징인 물리학과의 급락

1960, 70년대가 화학공학을 위시한 공대의 전성기였다면 1980년대 들어서면서 물리학과나 제어계측공학과, 컴퓨터공학과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특히 이들 학과 합격자 중에서 대학 전체 수석이 나올 정도로 수재가 몰렸다. 그러나 실용을 중시하는 학과 선택 풍토가 자리를 잡으면서 물리천문학부로 변한 물리학과는 인기학과로서의 과거 위상을 잃었다.

중앙대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는 “요즘 학생들의 학과 선택을 보고 있으면 실용적이다 못해 계산적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며 “전공을 선택할 때 지적인 호기심과 순수한 열정이 없다면 우리 사회의 지식과 문화가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화학이나 생물의 인기는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는 기초과학 분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차선책으로 이들 학과에 몰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 인문계열 법학과 상경계열 인기 지속

자연계열과 비교하면 인문계열의 인기학과 변동은 크지 않은 편이다. 법학과 상경계열이 순위를 달리하며 인기를 누렸다.

서울대 1964학번 입학 당시 경제학과가 법학과보다 예상합격선이 높았다. 법학과보다 상위에는 외국어교육과와 경영학과 등이 자리를 잡았다. 1980년대 이후에도 법대 인기는 계속됐다. 1988년도에는 법대 공법학이 최고의 위치를 차지했고 경제학과, 외교학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00년대 들어와 대학에서 계열별 모집이 시작되면서는 법과대학과 경영대학의 순위는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고려대에서는 1960년대 상경계열이 법대보다 예상합격선이 약간 앞서기도 했지만 1970년대 이후에는 줄곧 법대가 상경계열 학과를 앞서는 경향을 보였다. 1998년에는 법학과 다음으로 영어교육 국어교육 등 사범계열이 상위에 올랐다.

진학사 입시분석실 우연철 선임연구원은 “인문계열은 자연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학과에 포진하는 학과가 적은 편이었다”며 “1980년대 들어 신문방송학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노리고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하는 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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