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주 해군기지, 道知事소환 사유 될 수 없다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김태환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했다. 2007년 경기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투표율 미달로 불발에 그친 적은 있으나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소환투표 청구는 현행 주민소환법이 2007년 7월 1일 시행된 이래 2년 만에 처음이다. 제주도 유권자 41만6490명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김 지사는 해임된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김 지사가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이 소환운동이 우려할 만한 ‘안보 님비(기피시설 반대)’라고 본다.

해군기지 예정지는 국가안보와 해상 수송로 확보에 직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남중국해의 해저자원 개발을 둘러싼 중국 일본 등과의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석유와 각종 원자재 등의 무역 수송 길목을 안전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 이런 중대한 국책사업이 지사 소환으로 좌절된다면 국제자유도시를 향한 제주도의 도약에 장애가 됨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다.

주민소환법은 자치단체장에 대한 소환투표 청구 사유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더구나 제주도는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해군기지 사업을 수용했다. 2007년 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54.3%, 반대 38.2%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올 4월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와 기본협약 양해각서(MOU)까지 맺었고, 이에 따라 공사가 12월에 시작될 예정이다. 어장(漁場)과 어선, 토지에 대한 보상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군(軍)당국은 해군기지 내의 병원과 체육관 영화관 등 복지 문화시설을 제주도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기지는 크루즈 선박도 드나드는 ‘민군(民軍)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조성될 예정이고, 6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도 예상된다.

어느 모로 보나 해군기지 사업을 트집 잡아 지사를 소환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다수의 제주 도민이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 중앙정부도 제주도에만 맡겨놓고 팔짱을 끼고 있지 말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은 주민소환 청구 사유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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