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으로 전기까지 선물? 고맙다, 돼지야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경기 이천시 백사면 모전영농조합의 축산분뇨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시설. 사진 제공 대우건설
경기 이천시 백사면 모전영농조합의 축산분뇨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시설. 사진 제공 대우건설
《경기 이천시 백사면 모전영농조합의 축산분뇨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시설은 가축의 분뇨를 처리해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국내 첫 상용화 바이오가스플랜트다. 돼지 2500마리가 배출하는 하루 20t의 축산분뇨를 이용해 하루 480kWh의 전기와 860Mcal의 열을 생산한다. 23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천 모전영농조합 발전시설
하루 분뇨 20t → 전기 480kWh
톱밥과 섞어 퇴비로 만들기도

이 시설을 개발한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홍승모 박사는 “축산분뇨 처리비용과 전기, 열에너지 등을 따져 경제성을 평가하면 7, 8년 뒤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처리 과정을 거쳐 나온 축산분뇨의 부산물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고체 성분은 톱밥과 섞어 발효시킨 뒤 퇴비로 활용하고 액체 성분은 유기농 액체 비료로 재활용한다. 폐열로 하루 20t의 물을 60도까지 끓일 수 있다.

동물의 배설물이 자원으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정화 처리를 해서 하천에 내보내거나 바다에 버리던 가축분뇨가 전기를 만들고 물을 데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발생되는 가축분뇨의 양은 약 4170만 t(2008년 기준)이다. 3520만 t(84.3%)이 비료 등으로 다시 쓰이고 410만 t(9.8%)이 걸러져 방류된다. 146만 t(3.5%)은 그냥 바다에 버린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런던협약에 따라 축산분뇨를 바다에 버릴 수 없다.

환경부와 농식품부,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은 축산분뇨를 처리할 방법으로 전기와 열, 비료를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시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축산분뇨와 음식물폐기물, 하수슬러지 등을 바이오에너지로 바꾸면 연간 8300억 원의 에너지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한다. 이산화탄소도 연간 340만 t 정도 줄일 수 있다. 1999년부터 10∼20t 정도의 소규모 형태로 축산분뇨 연구 및 자체활용 처리시설 7곳이 만들어졌다.

모전영농조합에는 정부와 민간이 각각 8억 원과 2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1월 충남 아산시에는 ‘통합형 고효율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이 문을 열었다. 축산분뇨뿐만 아니라, 음식물폐수, 하수슬러지 등을 통합 처리하는 시설로 하루 100t을 처리할 수 있다. 연간 4700만 원의 전기료와 하루 30만 원의 지역난방요금을 줄인다.

전남도는 대우건설과 손잡고 무안군에 대형 축산분뇨 열병합발전시설 건설에 착수했다. 1000억 원을 들여 2012년까지 하루 700t 정도를 처리하고 33MWh의 전력과 600t의 액체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짓는다. 김성운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상무는 “국내 바이오에너지 시장은 약 5000억 원 규모로 매년 20%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천과 파주, 안성에 현재 운영 중인 3개 축산분뇨 바이오플랜트를 2015년까지 10개 시군으로 확대한다. 이정임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정책연구부장은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축산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플랜트는 10개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초기 단계”라며 “그러나 경기도에만 연간 1450억 원의 유류절감비용이 추산되는 등 바이오에너지 시장은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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