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삼성 보도’ 김용철 - 정의구현사제단 주장 집중부각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 김은희 작가 e메일 계기로 본 방송 내용

삼성 반론 간략히 처리… 김용철씨 발언 띄우기
2007년 3주연속 방송… 모두 김은희 작가 참여
작가 “필 꽂혀서 방송… 정말 광적으로 했다”

MBC ‘PD수첩’의 메인 작가 김은희 씨(37)는 지인에게 보낸 e메일에서 “1년에 한두 번쯤 ‘필’ 꽂혀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년 삼성이 그랬고, 올해 광우병이 그랬어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도 어찌나 광적으로 일을 했었는지…”라고 썼다.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편을 만들 때처럼 2007년 삼성 관련 프로그램에도 ‘필’이 꽂혔다는 것이다.

PD수첩은 2007년 11월 6일부터 3주간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조팀장)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정구단)의 삼성 관련 폭로 내용을 계속 다뤘다. 한 주제를 3주 연속으로 다룬 건 이례적이며 김 씨는 이 3편에 모두 작가로 참여했다. 당시 내보낸 삼성 관련 방송은 11월 6일 ‘시사집중-김용철 vs 삼성, 나를 구속하라’(29분 37초), 13일 ‘시사집중-핵심은 삼성이다’(14분 12초), 20일 ‘심층취재-핵심은 이재용이다’(33분 1초)였다.

PD수첩은 이들 방송에서 김 변호사와 정구단의 주장을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6일 방송에서는 김 변호사의 심경과 그가 전하는 삼성 구조본 내부 이야기, 정구단의 첫 기자회견을 내보냈다. 김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삼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면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삼성 돈 받아서는 뒤탈 없다는 이 믿음은 깨지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정구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를 연결해 “언론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뇌물 리스트 있다. 이재용 상무의 재산 불법증식 내부문건, 있다. 그분(김 변호사)이 아무 증거 없이 고백한 것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삼성 측 반론으로는 전략기획실(옛 구조본) 관계자 1명이 “(김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주장을 하는데 우리한테 그걸 아니라는 걸 증명하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말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13일 방송에선 중반 이후 김 변호사와 정구단 기자회견 내용을 번갈아 보여줬다. 14분여 방송에서 김 변호사 인터뷰가 약 5분, 정구단이 약 2분 30초를 차지했다. 정구단이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바탕으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검사 3명의 실명을 공개한 기자회견을 내보냈다. “(검찰이) 다른 기업하고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는 곧바로 압수수색까지 들어가는 신속한 대응을 하는 반면, 삼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은 고사하고 그 혐의자로 얘기가 되는 사람들에 대해 소환조사도 안 하는 상황”(송호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삼성 문제의 핵심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끝없는 욕망을 위해 불법, 편법, 탈법 비자금을 만들어 이 사회를 오염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뇌물 검사 명단은 그저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김영국 정구단 신부)는 발언이 방영됐다. 삼성 측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20일에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증여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내레이션을 통해 “(김 변호사의) 증언은 그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에버랜드 CB 불법증여 사건을 재점화하는 결정적 한마디였다”고 전했다.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재용 씨가 이걸(에버랜드 CB 관련) 합법적으로 했으면 세계 최고의 귀재, 주식 투자의 귀재다. 이재용 씨는 지금이라도 삼성전자에서 전무, 상무 할 게 아니라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측 의견으로는 전략기획실 엄상현 상무가 정구단이 공개한 삼성에버랜드 CB 거래 문서가 사실이라고 말해준 게 전부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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