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후유증 심각한 제주대 총장선거

  • 입력 2009년 6월 10일 06시 21분


제주도 지역거점대학인 제주대가 총장 선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수들의 직선으로 총장 임용 제청된 강지용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최근 임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격 사유는 일반 주민이 포함된 교직원아파트조합 위원장을 지내는 등 공무원 영리행위금지의무와 겸직허가를 위반했다는 것 등이다. 7월 22일까지 재선거를 통해 복수의 총장 임용 후보자를 다시 선출해야 하지만 선거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 기간에 선거가 치러지지 않으면 교과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관선총장을 임명할 수 있다.

1월 치러진 총장 선거를 전후해 투서와 진정, 비방, 금품수수설이 난무했다. 제주대 총장 선거에 뒤탈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총장 임명도 사이버 비방 수사로 인해 임기 시작이 두 달이나 늦어졌다.

총장 선거가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얼룩지면서 ‘직선제 폐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직선 총장 선출이 교수사회 독립성 확보에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교수 간 파벌 형성, 반목과 갈등, 논공행상 보직임용 등의 폐단이 생긴다는 것이다.

“총장 선거로 인해 교수들이 지연, 학연 등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졌다. 기성 정치판보다 나을 것이 없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보직과 용역 수주를 위해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줄서기가 이뤄졌다. 선거 1년 전부터 한 표를 부탁하는 접대가 난무했다. 10억 원 가까운 돈이 쓰였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진득하게 연구에 몰두하던 교수도 선거판에 기웃거리게 됐다.” 제주대 한 교수의 고백은 교수사회에 빚어진 폐단을 보여준다.

교과부의 임용 부적격 판정으로 직선제의 의미는 퇴색한 상태다. 재선거 결정으로 복수 추천도 의미가 없어져 총장 선출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대 법인화가 도입되면 총장 선출 제도가 바뀌겠지만 그전이라도 경영능력과 학문적 성과, 지도력을 고루 갖춘 총장을 선출하는 방안에 대해 대학 구성원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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