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방란]학교정보 공개, 분석 있어야 진학에 도움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교육정보공시제도에 따라 학부모들은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사이트에 접속하여 고교별로 졸업생이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에, 또는 외국 대학에 얼마나 진학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하게 여기는 진학 관련 정보가 짐작을 통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소문으로 퍼지기보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정보는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교별 대학진학률 공개가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 선택에 필요한 좋은 정보로만 활용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대학 진학에는 다양한 요인이 개입되지만 공시된 자료에는 대학 진학에 작용하는 여러 요인의 영향력에 관해 알려주는 정보가 없어서이다. 전국 189개 고교 학생 9300여 명의 대학 진학 실태를 분석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학생 개인 차원의 성취도뿐만 아니라 학교 차원의 성취도에도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영향력을 미친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 수준이 높은 학생이 많이 다니는 학교의 상위권 대학이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높다. 학교의 학생 배경 평균을 상중하로 나누어 이른바 상위권 대학(서울 소재 명문대, 전국 의·치대, 한의대 등), 서울 4년제, 지방 4년제, 전문대별 진학률을 보면 이 점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조사대상 학생의 4.5%가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는데 학생 배경 평균이 상(上)에 속하는 학교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12.4%인 데 비해 학생 배경 평균이 하(下)에 속하는 학교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0.2%에 불과하다. 상위권 대학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진학률을 합하여도 이와 비슷하다. 조사대상 학생의 13.3%가 상위권 대학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갔는데 학생 배경 평균이 상에 해당하는 학교의 진학률은 31.4%인 데 비해 학생 배경 평균이 하에 해당하는 학교는 2.0%에 불과하다.

이런 경향을 보면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높은 학생이 얼마나 많은가가 학교의 진학률과 밀접하게 관련됨을 알 수 있다. 학생 개인으로서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높으면 대학 진학에 유리하고, 그런 학생이 많이 모인 학교에 재학하는 편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이 점이 학교에서 학생을 잘 교육시킨 효과라고 볼 수는 없다. 학생의 학업 성취나 대학 진학에 작용하는 요인은 가정 배경 이외에도 학생 개인의 노력, 교사의 열의와 격려, 학교 수업의 질, 성취 압력 같은 학교 문화 등 다양하다. 학교 정보는 이러한 다양한 변인 간의 관계 속에서 단위 학교의 교육의 질과 효과, 영향력이 어떤지를 보여줘야 한다.

진학과 관련된 학교 정보는 대학진학률뿐만 아니라, 학교의 사회경제적 배경, 학교 교육의 질, 학교 문화 등과 같은 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명확히 보여줄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단순한 학교의 배경적 서열관계가 반영된 결과를 보여주어 합리적 판단에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진학 정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더 의미 있는 정보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진학 정보의 세분화와 재분석이 필요하다. 또 이런 분석을 통해 학교가 학생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도록 교사와 학교에 대한 지원과 컨설팅을 확대해야 한다. 가정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정부 차원의 교육적, 문화적 정책 지원을 병행하려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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