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행복, 양적 발전이 질의 발전도…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일부 지배계층의 특권 → 많은 사람의 권리 → 전 인류의 당연한 권리
행복, 양적 발전이 질의 발전도 가져왔을까?

○ 정(正)

인류 사회는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역사가 발전한 만큼 인간의 행복도 그에 비례하여 발전했을까? 물질적으로 좀 풍요로워졌다고 역사가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 그제야 저의 모친 영을 디디어서 사창을 반개하고 나오는데 모양을 살펴보니 뚜렷한 일륜명월 구름 밖에 솟아난 듯 황홀한 저 모양은 측량키 어렵도다. 부끄러이 당에 내려 천연히 섰는 거동은 사람의 간장을 다 녹인다. / 도련님 반만 웃고 춘향더러 묻는 말이

“곤(困)치 아니하며 밥이나 잘 먹었냐.”

춘향이 부끄러워 대답치 못하고 묵묵히 서 있거늘 춘향이 모가 먼저 당에 올라 도련님을 자리로 모신 후에 차를 들어 권하고 담배 붙여 올리오니 도련님이 받아 물고 앉았을 제 도련님 춘향의 집 오실 때는 춘향에게 뜻이 있어 와 계시지 춘향의 세간 기물(器物) 구경 온바 아니로되.[‘열녀춘향수절가’ 중에서]

(나) 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었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래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게?”

하니까,

“성예 시켜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국어(상) 3단원, ‘봄봄’에서]」

(가)는 춘향전의 앞부분 일부다. 첫 대면 이후 자신의 집에 찾아온 이몽룡을 맞이하면서 부끄러워하는 춘향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나)는 김유정의 ‘봄봄’이라는 작품의 일부로 점순이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속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고는 수줍어 도망가는 장면이다. 두 작품 모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를 좀 단순화하여 생각해 보자. 사랑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힌 ‘조선시대’의 이몽룡과 성춘향의 행복과 1930년대 사랑에 빠진 점순이와 ‘나’의 행복에 차이가 있을까? 시대가 변하고 역사가 흐른 만큼 사랑에 빠진 남녀간의 행복지수도 커졌을까? 남녀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면서 느끼는 ‘행복’은 양(量)과 질(質)의 면에서 둘의 차이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인류의 역사발전에서는 물질의 발전만이 있었고 ‘행복’과 같은 정신의 발전은 없었던 게 아닐까?

○ 반(反)

정말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행복, 즉 정신의 발전은 없었을까? 이러한 문제를 개인에 국한시켜 본다면 별 변화가 없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하루 세 끼의 밥을 먹으면 충분히 배가 부르고 목숨이 유지되는 현상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차원을 넘어 한 사회 전체, 또는 인류 전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분명히 인류의 행복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발전해왔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행복할 권리가 예전에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권리’가 아니었다. 소수 사람만의 특권이었던 것이다. 인류는 역사 발전과정에서 물질적 풍요를 확보하고, 이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다수에게 확장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만약 내가 조선시대에 노비였다면 오늘날 내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가 그 때도 과연 나의 몫이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내가 행복할 권리를 지녔듯이 남이 행복할 권리를 인정한다. 그럼으로써 인류의 행복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가치로 확장되었다.

○ 합(合)

이로 보건대 역사발전 과정에서 행복은 ‘소수’에서 ‘다수’에로 확산되었다. 이렇게 행복은 양적으로 확장되는 순간에 질적인 발전을 이룬다. 왜냐하면 이 순간 행복은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관점이 아닌 사회의 관점에서 또는 인류의 관점에서 볼 때 행복은 발전을 계속해 오고 있다. 역사 발전에서 획득한 ‘행복’을 내 가슴에 품을 때 나의 행복도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닐까?

유영권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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