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갈때 外資 썼던 대형학원 ‘된서리’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경기침체-사교육 시장 위축으로 수강생 줄어
공격적 확장에 수익 급감… 일부 자본잠식 위기

국내 첫 ‘상장 학원기업’으로 성공을 거둔 메가스터디의 대박 신화를 꿈꾸며 외국자본을 유치한 대형학원들이 요즘 시련을 겪고 있다. AIG, 골드만삭스 등 외국 투자기관으로부터 거액을 투자 받아 외형 확장에 나섰던 학원들이 최근 경기 침체에다 교육정책 변화로 사교육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나쁜 일부 학원은 투자자에게 일부 지분을 양도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장했던 분원을 통폐합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특수목적고 입시 전문학원으로 명성을 날렸던 토피아학원은 2007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서 2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2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토피아학원은 그해 말 서울 양천구 목동에 진출했다. 수십억 원을 들여 건물을 인수하고 내부 리모델링까지 마쳤지만 기대만큼 원생들이 모이지 않아 지난해 가을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다.

그후 토피아는 매물을 거둬들였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학원 확장에 나서면서 총매출액은 2007년 403억 원에서 지난해 554억 원으로 37.5%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6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줄었다. 순이익도 49억 원에서 4억80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한 다른 학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2007년 미국계 투자회사인 리먼브러더스 등에서 3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코스닥에 상장했던 논술전문학원 엘림에듀는 최고 748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4일 현재 175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자산은 439억 원이지만 부채가 413억 원에 달하고, 올해 1∼3월 28억4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10억 원을 유치한 확인영어사도 지난해 2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1∼3월 27억 원 적자다.

대형학원들이 외국 자본으로 학원 확장에 나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새 정부가 영어교육 강화 정책과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확대 방침을 밝힌 뒤 사교육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것. 그러나 외국어고와 과학고 입시를 규제하고, 자율고도 내신 50% 이내 학생이면 지원자격을 준 뒤 무작위 추첨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사교육 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불황으로 학부모들이 학원 수강을 줄이면서 수입이 줄고 있다.

외국계 자본들은 한국의 사교육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대형학원들을 노크했다. 대형학원들은 경쟁 학원이 외국자본을 유치하며 사업을 확대하는 데 가만히 있으면 밀린다는 불안 심리 때문에 덩달아 투자를 끌어들였다가 불리한 계약 등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또 외국자본은 교육에 대한 관심보다 투자 이익을 실현하고 빠지려는 ‘단타 사업가’들이란 분석이 많다. .

엘림에듀의 경우 투자자가 요청하면 언제든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 매입 방식으로 투자를 받았다. 주가가 높아지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 비중을 낮춰 이자 수익을 차질 없이 거둘 수 있도록 한 것. 투자금도 조기 회수가 가능해 리먼브러더스는 지난해 파산 직전 엘림에듀에 투자한 90억 원을 일시에 빼갔다.

사교육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매출과 순이익 증가세가 유지되지 않으면 투자금의 2, 3배에 해당하는 지분을 넘겨주기로 하는 등 불평등 조항이 많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