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판소리의 이해’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2분


◇‘판소리의 이해’/조동일, 김흥규 편/창작과 비평사

판소리에서 광대는 창을 하고 고수는 북을 두드리며 추임새를 넣는다. 관객도 추임새로 소리에 흥을 돋운다. 창(唱)은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같은 긴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판소리는 ‘음악’이면서 ‘문학’이기도 하다.

이 책은 판소리의 성격, 장르, 이론, 사실성과 음악성, 판소리의 8명창과 전승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학문적 고찰을 시도한다. 비록 판소리가 조선 후기에 성행한 민중문학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삶의 가치는 크다. 특히 광대들이 판소리 명창이 되기까지의 노력이 학문과 교육적인 측면에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이것을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

「(가) 송만갑(宋萬甲)의 수많은 제자 가운데서 그의 성색(聲色)은 누구도 본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음반을 앞에 놓고도 가법(歌法)의 흉내마저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가법은 영원한 신비가 아닐 수 없다. 원래 그는 판소리를 별로 배운 바 없이 자득한 사람이었다. 그의 종조는 가왕 송홍록이고 조부가 광록, 부는 우룡으로 당대 최고의 명창이었다. 그리고 송가(宋家)는 자타가 인정하는 동편제의 법통가로서 판소리의 명문이었다. 그러나 천재인 송만갑은 법통에 반발하고 무미건조한 동편제 소리의 개혁을 구상하면서 동편의 체질이다가 서편의 맛을 가미하였고 이것을 또다시 동편화(東便化)시켜 놓았다. 그 결과 뜻밖에도 화려한 가풍이 이어졌다.(158쪽)

(나) 정정렬(丁貞烈)은 가장 긴 세월의 수련 기간 40세에 이르기까지의 피나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선천적으로 부족한 성량 탓으로 도중에서 몇 번이고 포기할 위기가 있었지만 그는 몸부림치면서 많은 세월을 이겨낸 것이었다. 그는 수련실에서 언제고 실제인 명고수(名鼓手) 정원섭을 대동하였다. 소리를 마음대로 쭉쭉 뻗을 수 없는 그는 장단에서 어떤 변화를 찾으려고 한 것이었다. 그는 반평생을 신곡사, 무량사, 갑사로 전전하면서 염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붙임소리’라는 묘법(妙法)의 터득에 이른 것이다. 붙임의 뜻은 소리를 짧게 절단하여 이것을 다시 이어 붙여 연결하는 수법을 말한다.(160, 161쪽)」

자신만의 창법으로 성량부족 단점 극복한 명창 정정렬

그의 맞춤형 훈련이 오늘날 청소년 교육에 주는 교훈은?

① ‘(가)의 핵심을 밝히고, 학문의 통섭 원리와 관련지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가)의 핵심은 명창 송만갑이 법통에 반발하여 동편제 소리에 서편제의 맛을 가미한 새로운 동편제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이는 송만갑이 천재 소리를 들으며 판소리 명창으로 우뚝 설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 ‘동편제+서편제의 맛=새로운 동편제 판소리 정립’이라는 등식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명창 송만갑이 자득(自得)으로 완고한 동편제의 법통(法統)을 무너뜨린 것은 학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학자들은 자신의 고유한 학문적 영역을 철저히 고수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과 반대되는 영역을 자신의 학문에 융합시킬 때 자신의 학문을 더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

② ‘(나)의 내용과 관련지어 우리나라의 교육방법을 비판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명창 정정렬은 ‘붙임소리’를 통해 판소리 묘법을 터득했다. 그는 성량이 부족하다는 결점을 ‘소리를 짧게 절단해 이어 붙여 연결하는 방법’으로 극복했다. 그 결과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창의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셈이다. 이것을 교육 방법으로 활용한다면 대단한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학생들의 장점, 재능을 억지로 키우려 한다. 이것은 학생들이 자신만의 특징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고통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젠 우리 교육도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나)에서 성량이 부족한 소리꾼에게는 ‘붙임소리’가 묘방(妙方)이 되듯이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그에 맞는 ‘맞춤형’ 교육법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 책은 다양한 측면에서 판소리의 이해를 돕는다. 물론 판소리의 심층적인 내용을 다뤄 전문서의 성격도 보인다. 책의 중간 중간에 판소리의 대중적인 내용이 삽입되어 우리들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주고 시대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부 입문편의 ‘판소리의 전반적인 성격’과 3부의 ‘판소리 8명창과 전승자들’ 내용은 흥미를 유발시키고, 오늘날 학문과 교육법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스스로 논술학습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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