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역류’하는 생태하천들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조경-주민시설 등 치우쳐, 되레 생태계 위협하기도

정부 곧 기술지원센터 설치“온전한 생태하천으로 복원”

광주에 있는 광주천은 무등산 용추계곡에서 시작해 도심을 거쳐 영산강으로 흐른다. 광주는 1999년부터 광주천 복원에 착수했다. 2009년 말까지 7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복원사업이다. 복원이 진행되면서 일부 구간의 하천 기슭에 방틀을 설치했다. 방틀은 나무로 만든 일종의 차단벽이다. 충북 청주시는 2002년부터 13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무심천을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홍수 예방과 조경을 이유로 하천 기슭 곳곳에 자연석 수천 개를 계단처럼 설치했다.

광주천의 방틀이나 무심천 기슭에 쌓인 자연석은 겉보기에 그럴듯하다. 그러나 자연 그대로를 살린 생태하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하천의 자연스러운 멋은 없애고 볼거리만 살리면서 동식물 서식지는 물론 침식이나 퇴적 같은 하천의 고유 기능까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북 전주시는 2006년 말 전주천 복원을 마쳤다. 130억 원을 들여 콘크리트 보를 철거하는 대신 어도를 설치하고 갯버들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심었다. 그러나 주민편의시설 중심으로 복원이 이뤄지면서 정작 하천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20여 종에 이르는 조경 및 체육시설이 지나치게 많고 하천과 너무 가까운 곳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하천 생태계의 관점에서 사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편의시설이 도입돼야 한다”며 “주민 편의시설은 제방이나 하천 바깥쪽에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하천정비사업은 생태하천 복원이 대세다. 홍수 예방 등 목적이 달라도 일단 생태계 복원과 주민 편의시설 설치를 표면에 내세운다. 지역주민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홍수 예방이나 조경, 주민 편의시설 설치에 치우친 ‘반쪽짜리’ 생태하천이라는 것이 환경부의 지적이다. 게다가 국비 지원 없이 지방자치단체 자체 예산으로만 추진되는 사업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국비 지원 없는 지자체 복원사업이 한 해 100건 안팎에 이른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무늬만 그럴듯한 일부 생태하천에 대한 관리 및 지원 방침을 11일 밝혔다. 우선 ‘짝퉁’ 생태하천의 출현을 막기 위해 ‘생태하천복원 기술지원센터’를 곧 설치한다. 기술지원센터는 국립환경과학원, 수생태복원사업단, 대학, 산업계 관계자 등 6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국비가 지원되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계획 단계부터 설계와 시공에 이르는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할 방침이다. 지자체 예산만으로 추진되는 사업도 요청이 있으면 기술검토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자체가 의뢰하면 사업시행을 대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술지원센터는 연간 40개 이상의 생태하천 복원사업 지원을 예상하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올해 초 재해 예방 등을 위한 하천복원사업에는 ‘생태하천’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리 강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선심성 사업으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미 복원이 끝난 곳도 향후 재정비 때 환경부가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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