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대법관 윤리위 심의, 大法조사단보다 완화된 결론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7분


징계위 회부 상황 안 올듯
‘명예회복 → 용퇴’ 전망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8일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징계’보다 수위가 낮은 ‘경고 또는 주의촉구’를 권고한 것은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한국의 사법 현실을 고려한 결론으로 풀이된다.

최송화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을 비롯한 법원 안팎 인사로 구성된 9명의 윤리위원들은 4차례에 걸쳐 집중 심의했다. 신 대법관의 행위가 과연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범위를 벗어난 불법 행위냐’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 한 위원은 “신 대법관과 형사단독 판사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뿐 부적절한 재판 개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위원은 “피고인 보석 문제까지 언급하고 수차례 e메일을 보낸 것은 재판 독립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맞섰다.

하지만 위원 대부분은 이러한 사안으로 대법관의 징계까지 건의하는 것은 무리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결국 이들은 고심 끝에 이러한 의견을 종합할 묘안을 냈다. ‘외관상 재판 관여로 인식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즉, 신 대법관의 행위가 법원장으로서 권한의 한계를 넘지는 않았지만, ‘겉으로 봐서는’ 받아들이는 법관에 따라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이 사건에 대해 올해 3월 발표한 내용이나 지난달 전국법관워크숍에서 나온 평가보다도 다소 완화된 결론이다. 법원 관계자는 “윤리위가 징계 회부를 권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독단적으로 견책 감봉 정직 등의 징계를 요구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한때 용퇴설까지 나돌았던 신 대법관은 당장 ‘징계위 회부 권고’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경고 또는 주의 조치를 할 경우 사법역사상 처음으로 경고 주의를 받는 대법관으로 기록된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신 대법관이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했기 때문에 법원 혼란을 봉합하는 차원에서 ‘용퇴 카드’를 쓸 것이라는 관측과, 스스로 물러나면 재판개입 정도가 과장되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계속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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