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소용없던 호랑이합방 재추진

  • 입력 2009년 5월 6일 17시 14분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2005년 중국에서 기증받은 백두산호랑이 '두만'을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중인 암컷과 합사시켜 번식을 추진키로 했다. 국립수목원 제공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2005년 중국에서 기증받은 백두산호랑이 '두만'을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중인 암컷과 합사시켜 번식을 추진키로 했다. 국립수목원 제공
비아그라 투여로도 소용 없었던 백두산 호랑이 번식이 다시 추진된다.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에서 생활하던 여덟 살 난 백두산 수컷호랑이 두만이(사진)는 7일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옛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거처를 옮겨 새 신부를 맞이할 예정이다. 두만이는 2005년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기증한 한 쌍 가운데 한 마리로, 2006년 3월 암컷 압록이가 교미 성사 전에 세균성 신장염으로 죽게 되자 독수공방 해왔다. 그 후 두만이는 하루에 소고기 3㎏과 닭고기 4㎏을 먹을 수 있었고 운동장과 전용 휴식공간 등을 합쳐 500㎡ 공간을 사용하는 등의 대우를 받아왔다.

수목원은 두만이와 압록이 도입 이전인 1994년 토종 자원 확보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천지, 백두 등 암수 한 쌍을 기증받아 국내 번식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댈 뿐 교미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수목원 관계자들을 애태웠다. 고심 끝에 2002년부터 수컷 백두에게 한 번에 비아그라 3알을 투여해 교미를 시도했고, 다른 호랑이의 교미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수목원측은 각각 1991년, 90년 생인 천지와 백두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비타민과 미네럴이 함유된 영양제를 공급해가며 기대를 해왔으나 암컷 천지가 가임기마저 넘겨 번식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호랑이 증식을 추진하던 국립수목원은 2005년부터 압록이와 두만이에게 기대를 걸었으나 압록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수목원은 고심 끝에 두만이를 서울동물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서울대공원에는 가임기의 암컷 호랑이 11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수목원은 이에 따라 2년 내에 '성과'가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만이는 7일 오후 1시 마취주사를 맞고 서울동물원으로 옮겨진 뒤 11마리와 개별 선을 본 뒤 가장 잘 맞는 암컷과 교미를 시도하게 된다. 국립수목원 김용하 원장은 "백두산 호랑이의 증식을 위해 서울동물원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 일이 멸종위기 동물 종을 보존하는데 중요한 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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