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상록구-부산 북구 고용보험자 27% ‘실업급여’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 수급자 지역별 첫 분석

각각 中企-서민 밀집 지역

수급률 전국 평균 4배 이상

4월 말 기준으로 실직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 안산시 상록구와 부산 북구의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이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실과 올해 1∼3월 실업급여 수급자 58만2642명(중복 수급자 제외)을 248개 시군구 거주지별로 분석한 결과다. 실업급여 수급자현황을 지역별로 나눠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서울 강남구 0.8%, 은평구는 21.8%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전국 고용보험 가입자는 940여만 명으로 이 중 실업급여 수급자는 6.2%(58만여 명) 수준이다. 그러나 안산시 상록구는 이 지역 고용보험 가입자 1만9331명 가운데 26.8%인 5182명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4명 중 1명꼴로 전국평균 수급 비율보다 4배 이상 높았다. 부산 북구도 가입자 1만7381명 중 26.8%인 4657명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안산 지역은 반월·시화공단 등에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으며, 부산 북구의 경우 전체 인구(31만7000여 명) 중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비율이 부산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지자체별로 실업급여 수급 비율의 양극화 현상은 뚜렷했다. 서울 지역의 평균 실업급여 수급 비율은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낮은 3.8%(고용보험가입자 328만여 명, 실업급여 수급자 12만6000여 명)였다. 그러나 은평구(21.8%) 강북구(21.8%) 관악구(21.5%) 도봉구(20.2%) 등 비교적 서민이 많이 사는 4개구는 서울 평균보다 5배 이상 높았다. 반면 이른바 ‘강남 3구’에 속하는 서초구는 고용보험 가입자 38만3000여 명 중 1%인 3807명만 실업급여를 받았다. 또 강남구는 고용보험 가입자 64만6000여 명 중 0.8%인 5261명이 실업급여 대상자다. 은평·관악구 등 4개구와 서초·강남구의 실업급여 수급비율은 21∼27배나 차이가 났다.

○ 광역단체는 인천 대구 부산 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인천(9.8%) 대구(9.4%) 부산(9.2%) 순으로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이 높았다. 인천 지역에서는 △계양구(19.5%) △연수구(16.6%) △남구(15.2%) △부평구(12.3%)가 실업급여 수급비율이 높았다. 대구는 남구(14.5%)와 동구(12.7%)가 가장 높았으며, 부산은 북구(26.8%) 해운대구(18.3%) 수영구(16.3%)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0∼39세가 16만여 명, 40∼49세가 13만9000여 명으로 30, 40대가 전체의 51.3%를 차지해 경제난에 따른 고용불안 피해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대해 의원은 “주로 중소기업이 밀집한 곳이나 영세·서민이 많이 사는 곳에서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 이번 분석으로 실증됐다”며 “획일적인 실업대책보다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경기 안산 공단 영세기업들 도산 줄이어

부산 북구 생산시설 부족, 저소득층 많아

■ ‘실업급여 전국 1위’ 왜?

경기 안산시 일대는 반월·시화공단을 포함해 약 3만9000개의 기업체가 입주한 대표적인 중소기업 밀집지역이다. 이 중 100인 이하 사업장이 90%에 달해 경제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2월 반월과 시화공단의 가동률은 각각 67.2%와 65.4%에 그쳤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산업현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20개에 가까운 공장이 휴업 또는 폐업하고 있다. 이곳에서 문을 닫은 공장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엄재성 안산종합고용지원센터 소장은 “안산지역은 영세기업이 많기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는 활력이 넘치지만 반대로 위기가 닥치면 피해도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안산종합고용지원센터에는 점심시간인데도 40여 명이 순서를 기다리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연휴인데도 방문객이 평소만큼 많다”며 “그나마 오전에 한바탕 북새통을 치른 뒤라 지금은 조금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안산지역의 실업난은 지난달 마지막 1주일 동안의 실업급여 수급자만 보더라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 기간 안산종합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588명. 1997, 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4월 한 달간 지급된 실업급여만 약 8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45억 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인쇄회로기판(PCB) 관련 업체에서 일하다 3월 퇴직한 박모 씨(30)는 “PCB 장비 주문이 급감하면서 회사가 결국 문을 닫았다”며 “실직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안산지역 사정이 고만고만해서 아직 새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부산 북구는 안산과는 달리 제조업 생산 시설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서민 주택지역이다. 상당수 주민이 인근 사상구와 강서구 지역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역 내에 생산시설이 별로 없는 데다 그나마 경제난이 닥치다 보니 지역 자체의 활력이 떨어진 모습이다.

북구 송광웅 지역경제팀장은 “관내에 가동 중인 제조업체와 근로자는 65개 업체 2800여 명에 불과하고 50인 이상 제조업체도 4개뿐”이라며 “경제사정이 나쁜 데다 고정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지역 경제지표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부산노동청북부지청 산하 북부종합고용지원센터 신태홍 취업1팀장은 “북구 지역은 저소득층이 많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실업급여를 타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3월 말 현재 31만7000여 명이 살고 있는 북구의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는 1만6300여 명, 의료급여 수급자는 1만7400여 명, 차상위 계층은 160여 명에 달해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부산지역에서 가장 높다.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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