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보이스피싱 아닌데…

  • 입력 2009년 5월 3일 06시 54분


"우린 보이스 피싱 아닌데…."

최근 보이스 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정식으로 허가받은 콜센터 직원과 텔레마케터들이 사기범으로 오인 받고 있어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약관에 따라 합법적인 전화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데도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거나, 본사의 다른 부서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

최근 신용카드사와 제휴카드를 내놓은 한 홈쇼핑 업체의 콜센터 직원은 "예전 같으면 다양한 혜택을 소개하는 설명을 듣고 카드 발급을 고려하는 고객이 있었는데 요즘은 설명을 미처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 무상수리 기간 만료 안내전화를 하고 있는 한 자동차 제조업체 콜센터 직원도 "사투리를 쓰지 않고 또박 또박 회사명을 밝히고, 실명과 전화번호까지 알려준 뒤 얘기를 시작한다"며 "그러나 상당수 고객들은 전화를 끊은 뒤 본사로 다시 전화해 신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콜센터 전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주위에서 사기 당하는 것을 직, 간접적으로 목격한 고객들이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일부 고객들은 콜센터 전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할 뻔한 일도 겪는다.

회사원 윤 모 씨(37·여)는 최근 인터넷 경품 이벤트에 응모해 1등 상품인 해외여행 상품권에 당첨됐으나 안내 전화를 보이스 피싱으로 오인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상품을 놓칠 뻔 했다.

윤씨는 "집이나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낯선 전화는 일단 의심하고 본다"며 "그때 경품 당첨 통보 전화도 보이스 피싱으로 의심하고 무심코 끊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본사에 확인 전화를 걸어 가까스로 상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이스 피싱 사기 여파로 마케팅 수단을 잃어버린 업계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직접적 피해를 받고 있는 일부 업체는 본사 직원들이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서는 촌극도 벌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30일 우체국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 사칭 보이스 피싱 관련 민원이 월 평균 2만 건이 넘고 있으며 신고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는 전국 우체국에서 가두캠페인을 벌이고 집배원들을 동원해 노인정과 마을회관 등을 직접 찾아가 보이스 피싱 사기에 취약한 계층에게 대처요령을 설명하는 한편 우체국 차량과 오토바이 등에 안내문을 붙일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직원들의 적절한 대처 등으로 보이스 피싱 용의자 80여명을 검거했으나 여전히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전 직원이 나서서 보이스 피싱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