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제조용 균주 확보되면 6개월내 650만명분 생산가능”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 화순 백신공장 가보니

“여건만 갖춰진다면 연간 3000만∼5000만 도스(1명에게 1회 주사할 백신 단위) 분량의 백신 생산도 가능합니다.”

29일 찾은 전남 화순군 화순읍 내평리의 ㈜녹십자 화순백신공장. 올 2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화순백신공장은 국내 유일의 백신제조시설이다. 이곳에서 만난 조민 본부장(58)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현황을 설명했다. 화순백신공장은 최근 돼지인플루엔자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새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 “균주 있으면 1, 2개월 내 대량생산”

돼지인플루엔자 사태가 국내로까지 번지면서 일반 국민의 관심은 과연 우리 정부와 의약업계가 이에 대응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백신제조용 균주(시드·순수하게 분리해 배양한 세균)만 확보된다면 화순백신공장은 즉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화순백신공장은 세계에서 12번째로 백신 원액(벌크)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관 생산공정을 갖춘 국내의 유일한 백신생산기지다. 28일 유영학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돼지인플루엔자 백신의 국내 생산을 추진하겠다”며 “현재 시설로 향후 6개월 안에 650만 명분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공장 백신생산책임자인 이인재 이사(46)는 “세계보건기구(WHO) 협약에 따라 영국 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NIBSC)에서 균주를 제공받는다면 1, 2개월 안에 백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의 통상적인 독감백신 제조공정은 10일간 부화과정을 거친 유정란 단계에서 시작해 △바이러스 주입 △3일간의 바이러스 배양 △채독(바이러스 성분 추출) △농축 및 초고속원심분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한 달이 걸린다. 이 공장은 하루 13만 개의 청정유정란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요즘 일주일에 25만 개, 매월 100만 개를 처리하고 있다. 달걀 1개에서 백신 1도스가 생산된다고 할 때 현재 생산능력은 매월 약 100만 도스로 “6개월에 650만 명분”이라는 복지부 측이 언급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 “국가적 재난 대비시설로 키워야”

화순백신공장은 9만9000m²의 땅에 건물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백신생산동은 연면적 1만2000m² 규모로 단일 생산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이 녹십자 측의 설명이다.

전 공장이 내외부 기압 차를 이용한 클린룸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특히 분당 회전속도가 4만 회에 이르는 초고속 원심분리장치로 이물질을 99.9999%까지 제거해 바이러스 순도를 외국산에 비해 3배가량 높였다. 조 본부장은 “화순공장의 생산능력이 최대 연간 2000만 도스로 설계됐으나 풀가동에 들어간다면 3000만∼5000만 도스 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이 확정되면 현재 진행 중인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 시스템은 돼지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체제로 유기적으로 전환된다.

이날 현장을 함께 둘러 본 복지부 관계자는 “백신의 안정적 확보는 ‘바이오 테러’ 등 국가적 재난 대비책의 하나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한 차원 높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화순=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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