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高3처럼… ‘좋은 수업’ 받는 교사들

  • 입력 2009년 4월 28일 06시 47분


“교육경쟁력은 교육과정 내실에 달렸다”

“교과서로는 부족하죠. 전국적인 교육과정이라도 학교나 학급 실정에 맞게 재구성해야 효과적입니다.”

25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명덕초교 3층에서 열린 ‘잘 가르치는 방법을 찾기 위한 교육과정 자율연수’의 현장. 대구 동부교육청 관내(중구, 수성구, 동구) 51개 초등학교 교사 185명이 3개 반으로 나뉘어 연수를 하고 있었다. 평소 학생들로 붐비는 교실에 이날은 교사들이 모여 강사의 열띤 강의를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세웠다. 복도에서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교사들의 모습은 고3 수험생처럼 진지했다. 이 연수를 기획한 동부교육청 초등교육과 이옥정 장학사(42·여)는 “학교 수업은 모두 교육과정 중심으로 운영되므로 교육 경쟁력은 결국 교육과정이 얼마나 내실 있느냐로 판가름 난다”며 “창의성 교육도 교육과정이 세밀하게 잘 짜여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부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들은 3월 이 연수를 구상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관한 한 전문가이지만 교실 수업을 잘하는 교사의 실천사례를 공유하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토, 일요일 주말반과 평일 오후 5시 반부터 하는 평일반으로 구분해 교육청 관내 72개 초교에 연수를 알렸다. 후배 장학사 5명과 함께 연수에 참여한 이재순 초등교육과장(56·여)은 “‘연수공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런저런 연수가 많아 처음엔 참여가 저조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의 이 같은 염려는 기우였다. 3∼5일 15시간 일정인 연수에 51개 학교에서 237명이 신청해 어쩔 수 없이 52명은 다음 기회로 넘기고 185명으로 반을 편성했다. ‘좋은 수업’을 하고 싶은 교사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연수 내용은 △수준별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의 실제 및 독서 글쓰기 지도의 실제(이옥정 장학사) △국어과 수업의 효율성과 수업 설계(이종숙·현풍초교 교사) △수학과 교육과정 재구성 및 운영(최혜경·동산초교 교사) △사회과 수준별 수업 및 재구성의 실제(김은옥·비봉초교 교사) △과학과 수준별 학습(이정규·학남초교 교사) △창의성 사고 기법의 적용(최금희·학남초교 교사) △보고서 작성의 실제(박은영·욱수초교 교사)로 구성됐다. 이정규 교사(39)는 “교과서나 교재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중심으로 선생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고 했다”며 “너무 진지하게 참여해 속으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몇몇 열성적인 교사들은 비록 연수 대상에서 빠졌지만 ‘청강생’으로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범어초교 이상명 교사(42)는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연수를 해야 하는 건 그만큼 학교 교육에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이론적 내용은 알고 있지만 실제 교실에서 적용할 실천사례는 매우 중요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이균 동부교육장은 “이번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 덕분에 27일부터 학교 수업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이런 생생한 연수가 확산돼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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